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유료방송의 채널번호를 지정, 신규 방송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채널번호 지정방안은 그간 지역간 채널번호가 달라 시청자의 채널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이 논의됐다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채널번호는 방송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예민한 변수라는 점에서 방통위의 입장에 신규 방송사업 준비자나 기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출범하는 방송에 나몰라라 하면 안된다”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걸 지원하겠으며, 거기에는 세제지원이나 채널지정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채널지정 문제를 공론화에 붙인 것이다. ◇채널번호 수익성과 직결 = 현재 각 신문사와 기업이 준비중인 종합편성 채널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지상파(6∼11번)와 비슷한 상위 채널에 배치되지 않을 경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유료방송 대부분이 지상파에 부여된 고유채널 번호, 즉 SBS 6번, KBS2 7번, KBS1 9번, MBC 11번, EBS 13번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 채널이 인접 상위채널 번호를 받게 되면 시청자 접근면에서 매우 유리해진다. 따라서 종편 채널번호는 정부.여당에게는 개정 방송법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종편 채널을 준비하는 신문들도 지상파 방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2∼13번 사이의 상위채널을 배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상 방통위가 종합편성이나 보도전문채널의 채널번호를 지정하거나 SO의 채널편성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태다. 특정 채널에 어떤 PP의 프로그램을 내보낼지는 순전히 방송 편성권을 가진 지역 SO의 몫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종편채널에 상위번호 채널을 주기 위해 방송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법을 그대로 두고 방통위가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종편채널에 상위번호 채널을 부여토록 할 경우 SO나 홈쇼핑 사업자들이 이에 따를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채널연번제 논의 = 이와 관련, KBS 이사로 추천된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7일 디지털컨버전스협회가 연 세미나에서 특정장르의 채널들을 한 번호대역에 집중 배치하는 ‘채널연번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종편채널을 현재 유료방송 채널 구성에서 시청률이 높은 5번에서 12번 사이에 배치하도록 정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12번 이하의 낮은 번호대는 지상파방송, 종합편성, 자체 채널, 지역채널 등이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며 “종편 승인 이전에 채널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의 또다른 발제자 윤석민 서울대 교수도 “50번대 이후의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은 미래가 없다”며 황 교수 주장을 거들었다.
실제 방통위도 황 교수의 채널 연번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널연번제를 하게 되면 지상파의 고정번호까지 바뀌어야 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O 채널편성권 침해 논란 = 더 큰 문제는 채널번호 지정제가 위헌 소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SO 관계자는 “좋은 채널번호를 갖기 위한 시장경쟁 체제를 강제 배정체제로 바꾸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이라며 “종편채널에 의해 하위채널로 강제로 밀려나게 될 PP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채널번호 중간 중간에 끼어있는 홈쇼핑 채널은 상품판매형 방송으로 채널번호가 곧 매출 및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각 홈쇼핑채널 사업자는 상위번호 채널을 배정받기 위해 연간 800억∼1천억원의 채널 런칭비를 SO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채널번호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SO들이 상업적 목적을 위해 홈쇼핑 방송을 지상파 번호로 채널을 임의로 변경하는 일이 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 채널번호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방송법 개정을 통해 SO의 지상파 채널 번호를 지정하려는 방안이 논의되다 SO의 재산에 해당하는 편성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에 휘말려 무산된 적 있었다.
지난해에도 PP협의회가 SO측과 협의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채널 번호로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채널번호를 통일화하려던 시도가 있었으나 역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종편채널이 상위 채널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케이블 SO들도 콘텐츠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종편채널 진입에 긍정적이고 종편채널의 투자비 등을 감안해 채널번호 배정에서 우대를 줘야 한다는데선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절한 수익 보전안이 마련되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종편채널에 채널 혜택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SO의 편성권과 자율권을 침해하며 고정 채널을 주려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방송법에 근거해 지역별로 지상파 방송의 채널을 지정하고 있고, 150여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TV도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방송은 미국 전역에서 고정 채널을 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