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옥석 다시 가린다

채권은행이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대기업 집단의 재무구조를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은 45대 그룹(주채무계열) 중 상반기에 재무구조가 악화 또는 개선된 주채무계열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세부자료를 제출받아 재무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개선 운영 준칙’(이하 준칙)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매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120개 이내에 정기평가를 하고 6월 말을 기준으로 70일 이내에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

채권은행은 준칙에 따라 지난 5월 45개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부실 우려가 있는 9개 그룹과 재무개선약정(MOU)을 체결했다. MOU에는 계열사나 유휴자산 매각, 자금유치, 차입금 상환 계획은 물론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의 달성 목표 등 자구 방안이 담겼다.

채권단은 이번에도 주채무계열에 대해 부채비율 구간별로 종합신용평가를 시행해 오는 10일까지 ’합격’ 혹은 ’불합격’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합격기준에 미달한 그룹은 각 은행에 설치된 재무구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약정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불합격 판정을 받았더라도 영업 활동상 특수성과 향후 경영전망 등을 고려할 때 약정 체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그룹은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반대로 합격기준을 충족하나 중대한 손실 발생 또는 신인도 하락 등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이 크게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그룹은 약정체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채권은행은 재무개선약정 체결대상으로 선정된 그룹과 다음 달 10일까지 추가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채무계열의 재무상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12월 말 기준 정기평가에서 약정체결을 유예받은 2개 그룹과 상반기에 재무구조가 악화한 그룹을 중심으로 중점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해 추가로 MOU를 체결하는 그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12월 결산 569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6조5천926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1.77% 감소했다. 이중 10대 그룹 계열사의 상반기 순이익도 11조4천28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62% 줄었다.

채권은행은 이미 MOU를 체결한 9개 그룹에 대해서는 재무구조 재평가 전에 약정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은행들은 약정을 이행하지 않은 그룹에는 1개월 이내 시정기간을 설정해 약정이행을 요구하고 이행각서를 받거나 자구대상 자산처분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행요구에 불응하는 그룹에는 준칙에 따라 신규여신 중지, 만기도래 여신 회수, 외국환업무 취급금지 등의 제재를 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