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2부-3)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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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2부-3)섬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08년 신섬유 세계시장 규모

 섬유가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대체하는 첨단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섬유 특유의 물성을 지니는 동시에 철보다 강한 신섬유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첨단 섬유소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첨단 섬유소재 개발에 집중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의류 중심의 섬유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기감 높아지는 섬유산업=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원자재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수입, 가공한 후 완제품을 만들고 다시 완제품의 3분의 2를 해외로 수출하는 ‘해외의존형’ ‘수출주도형’ 산업 구조를 띠고 있다. 원자재를 가져와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가공 산업이지만 섬유산업은 최근까지도 전후방 파급 효과가 높은 우리나라 핵심 기간 산업 역할을 해왔다.

 섬유산업의 생산 및 고용 비중은 각각 국가 전체의 3.8%, 8.7%(2007년 기준)에 달하며 업체 수 또한 전체의 14.1%에 이른다. 또 국제적인 위상 역시 높아 중국, EU, 터키, 미국, 인도에 이은 수출 세계 6위(2007년 기준) 국가며 △화학섬유(화섬)직물 수출 세계 2위 △편직물 수출 세계 2위 △화섬생산 세계 6위다.

 1960년대 초 경제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전환,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인력난과 높은 임금 상승률 등으로 생산기반이 크게 약해진 것이다.

 섬유류 수출은 1955년에 처음 시작된 이후 1980년대에는 11.3%, 1990년대에는 2.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1971년 우리나라 총수출의 41.6%를 차지한 섬유류 수출은 1990년 22.7%, 2005년 4.9%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금액 면에서도 마찬가지로 188억달러를 기록했던 2000년을 정점으로 개도국과의 경쟁심화와 생산기지 해외이전으로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첨단 섬유소재 개발 시급=섬유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라 국내 섬유산업은 더 이상 양적 확대가 힘들다. 조금 비싸더라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고부가 제품생산 체제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섬유기술은 선진국의 80%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의류용 중심일 뿐 산업용 섬유 특히 신섬유와 같은 첨단 제품에 대한 핵심 기술이 취약하다. 산업용 섬유 비중이 70%를 넘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반대로 우리나라는 70∼80%가 의류용에 집중돼 있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업용 섬유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 가치에 있다. 섬유 시장이 산업용, 신섬유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신섬유는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IT 산업, 자동차, 조선 등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중요한 소재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표적 신섬유인 탄소섬유는 과거 스포츠 용도로 한정됐다. 하지만 현재는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 특유의 특성에 힘입어 소형 헬리콥터에 70∼80%가, 군용기에는 30∼40%, 대형 여객기에는 15∼20%가 탄소섬유 기반의 복합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도레이는 탄소섬유 기술을 보유해 일반 섬유의 20배가 넘는 부가가치를 거두고 있다.

 산업용 섬유의 대표 격인 신섬유는 일반섬유와 달리 다기능, 초고성능, 초고강도 등의 특성을 가지는 특수섬유다. 이런 신섬유의 특성이 산업 전반에서 일고 있는 △산업자재의 고성능화 △다기능화 △경량화 움직임에 부합하면서 기존 플라스틱이나 금속소재에 대한 대체재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4대 신섬유인 슈퍼(Super)섬유, 로하스(LOHAS)섬유, 스마트섬유, 나노섬유는 현재 세계 시장 규모가 2110억달러지만 2015년에는 5814억달러로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선도적 기업 필요=우리나라 섬유 산업 구조를 신섬유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 학계, 산업계가 유기적인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식기반 신섬유개발 촉진법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업계는 산업발전을 위해서 이 법이 꼭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정부는 산업 간 형평성 문제와 세계무역기구(WTO) 저촉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정부는 아직 업계 내에 신섬유 기술 개발 체제가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현재의 난맥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섬유 시장 개척에 대해 의지를 가진 기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한성 부산대 교수는 “산업용 섬유 소재는 아직 수요가 적다. 그런데 기술 개발은 매우 어렵다. 기업으로선 투자는 많이 해야 하는데 회수가 쉽지 않은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선도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발전 전략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명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 섬유산업에서 신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우리나라는 IT산업, 자동차, 항공우주, 토목건축, 의료 산업 등 인접 수요산업이 발달해 신섬유 산업의 잠재력이 어느 나라보다 크다”며 “조만간 국내 섬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초경량 슈퍼섬유, 극세사인 나노섬유, 기능성 스마트섬유, 친환경섬유 네 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춘 ‘신섬유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슈퍼섬유 특징- 내열성∙탄성률 좋아 차세대 산업에 적용

신섬유의 종류는 다양하다. 나노섬유, 로하스섬유, 디지털섬유, 슈퍼섬유 등이 신섬유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아라미드섬유, 탄소섬유, PBO섬유, 탄소나노튜브(CNT)섬유 등 고강력 내열성 섬유를 산업계에선 다시 슈퍼섬유로 부르고 있다. 슈퍼섬유는 우주왕복선, 차세대 항공기, 차세대 초고속열차, 차세대 고속자동차 등 산업계에 가장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다. 대표적 슈퍼섬유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탄소섬유=1879년 에디슨이 전구의 필라멘트용으로 대나무의 섬유를 탄화한 것이 최초다. 1950년 이후 항공 및 우주용 소재에 대한 필요성이 재기하면서 레이온계 탄소섬유, 폴리아크릴로니트릴계 탄소섬유(PAN), 피치계 탄소섬유가 개발됐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탄소섬유는 1959년 미국의 UCC가 레이온을 원료로 한 탄소섬유를 공업화한 것에서 시작됐으며 PAN계는 1969년에 영국 커톨스가 처음 공업화에 성공한 후 1971년 일본 도레이, 1972년 미국의 하큐레스, 1973년 일본 동방레이온이 연이어 양산을 개시했다. 탄소섬유는 가볍고 강한 것이 장점이며 이런 특성 때문에 우주, 스포츠, 구조재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라미드섬유=아라미드섬유는 열을 받아도 흐트러짐 없이 안정된(내열성) 섬유다. 또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난연성)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기용의 모포 및 침구, 소방복, 구조복, 방한복 등 아라미드섬유의 특징을 살린 분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아라미드섬유는 가격과 성능이 밸런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고성능, 고기능성 섬유 소재 중에서도 가장 생산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향후 생산확대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PBO섬유=아라미드섬유보다 내열성이 우수하고 강도, 탄성률이 높은 소재다. 강도와 탄성률은 아라미드섬유보다 두 배가량 앞선다. 단위 면적당 강도 및 탄성률이 철을 능가해 유기섬유 중 가장 강한 섬유로 평가받는다. 용도는 방탄복이나 내열복이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산업용 내열자재, 복합재, 로프 등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화성탐사기의 착륙용 낙하산 로프로도 사용된 바 있다.

 ◇폴리아릴레이트섬유=고강도, 고탄성률에 저흡습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화성탐사기 ‘스피릿’의 화성 착륙 시 사용한 에어백에 사용돼 기능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송전선, 광섬유의 보강 및 안전방호재 등에 사용된다.

◆ 선진국 기술 동향 - 美∙日∙EU등 하공∙자동차∙의료 분야 집중 개발

섬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은 일찍부터 민첩하게 대응해왔다.

 먼저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의류 및 직물분야가 붕괴되고 신소재 및 화섬 등 일부 분야만이 강점을 가지게 되자 일본 섬유산업의 재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7월 ‘섬유 비전’을 선포했다. △구조 개혁 추진 △기술개발 추진 △인재양성 △수출진흥 등이 섬유 비전의 주요 골자로, 연구개발 기반 위에 융합 기술을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목적이 강하다.

 일본은 또 쾌적성 기능섬유 및 고기능 부가가치 섬유를 개발해 동남아시아 및 중국 등의 저가 제품과 차별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분자, 바이오, 나노기술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한 자동차, 항공기, 전기전자, 의료소재 등 산업용 고기능성 소재를 개발, 공급하는 데 자원을 쏟고 있다.

 미국은 우주·항공, 의료 등 첨단소재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한편 신속대응(quick response) 보급으로 상품기획과 생산체제 간 연동을 통해 원료에서 최종제품에 이르는 소요기간을 단축했다. 또 미국 섬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에너지성을 중심으로 ‘DAMA’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회복하고 과잉 재고, 마크 다운, 결품 등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를 줄이는 것이다.

 이 밖에 독일은 산업용 섬유개발과 이에 대한 제품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특정 제품군에 대한 전문화 및 특성화로 최고품질의 제품생산을 추구하는 동시에 하노버, 뒤셀도르프 등에서 국제적인 대형전시회를 개최해 적극적인 바이어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유럽은 특히 자동차분야, 조선분야, 의료분야 등에 관심이 높고 생활 환경 및 주변시장의 변화에 따라 신섬유 분야에 관심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및 역할 분담을 통해 융합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