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하이닉스 M&A에 대한 오해와 진실

[ET단상] 하이닉스 M&A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늘의 하이닉스가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M&A), 외국 기업의 M&A 시도, 과도한 부채로 인한 워크아웃 등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국민적 성원과 종업원의 노력에 힘입어 하이닉스는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이제 삼성전자에 이어 확고한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됐다. 199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19개에 달했던 D램 업체 수는 지난해 8개로 줄었고, 이번 금융위기와 반도체 불황을 겪으며 4개 내외로 재편되는 중이다.

 하이닉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로서 생존을 걱정하던 큰 고비는 이미 지났고 오히려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타 산업과 시너지를 생각하며 더욱 발전적으로 기업을 키워갈 수 있는 우월적 위치에 와 있다.

 하이닉스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숙제다. 우선, 주주단이 국내 기술 및 산업기반 강화를 위해 하이닉스를 국내 산업자본에 매각하는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에 기반한 첨단산업으로서,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가지고 대규모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현 대주주인 은행은 금융자본의 성격상 투자자금 회수가 목적이므로 의사결정의 관점이 단기적인 성격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입찰안내서를 보낸 40여개 업체 중 한 업체만 인수의향을 표시했고, 그 여파로 M&A 성공에 부정적 여론이 많다.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첫째, 일단 국내 원매자와 주주단의 협상이 잘 진전돼야 한다. 지금의 M&A 협상이 불발되면 해외 매각 또는 국내에서의 일괄/분산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에 매각하면 첨단기술 및 국부 유출 논란은 물론이고 우리 산업의 중요한 축이 흔들리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타 금융권에 일괄/분산 매각하게 되면 지배구조 불안 및 해외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된다.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국내 기업에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둘째, 원매자의 인수자금이 충분한지는 M&A 절차가 진행되면 바로 드러날 일로서, 원매자인 기업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응당 충분히 검토됐어야 할 사항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인수자금 외에 대규모 추가 투자자금 유입 필요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 변동이 심하기는 하지만 하이닉스는 치킨게임에서 승리함으로써 메모리 반도체 산업 자체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는 반도체 상승국면에서 번 돈을 하향국면에서 활용하는 주도적인 자금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원매자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 오히려 하이닉스의 고객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으므로 시너지 여부는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원매자 기업의 독자적인 사업 역량과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년의 반도체 수출액은 금년 대비 약 20% 증가하고, 한국의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이 경기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이닉스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반도체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종민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kyung@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