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사업 위주 조직 확 바꾼다

사업부 신설·통폐합 대대적 후속인사 예고

삼성전자, 신사업 위주 조직 확 바꾼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비전 2020에 따른 삼성 사업 전략

  삼성전자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비전 2020’을 공개하면서 이에 걸맞은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말로 다가온 올해 정기 조직 개편에서 비전에 맞는 사업부 신설과 인사 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신사업 시너지를 위해 기존 사업부를 합치거나 분리하는 등 사업부별 위상 변화도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측은 “코앞으로 다가온 올 연말 인사·조직 개편에서 새 비전에 맞게 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존 사업부 내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고려한 조직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큰 폭의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가장 먼저 신사업 토대 구축을 위한 조직 개편이다. 삼성은 비전 2020에서 ‘선택과 집중’이 아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미 시장 수위에 오른 반도체·LCD·TV·휴대폰은 확실한 승자 독식 체제를 구축하고 다소 미진했던 생활가전·프린터·컴퓨터·네트워크·카메라·시스템LSI 등 6개 사업부를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20%에 그친 이들 후발 사업부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IT·전자 중심 사업 영역을 의료·바이오·환경·에너지·라이프 케어(편의·안락) 등으로 넓혀 지난 10년 보다 더욱 성장 속도를 높여나가기로 확정했다. 이는 삼성전자 미래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기존 사업과 이들 신사업의 체계적인 ‘밸류 체인’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들 사업 중 바이오와 태양전지 분야는 사업 내용을 구체화한 상황이다. 의료 쪽도 의료 시스템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발을 담가 놓았다. 여기에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라이프 케어 등 최소 2개 이상 사업 분야에 새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과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파트너 십을 확대하는 등 다른 업종과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전 2020에서 밝힌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선보였다.

삼성종합기술원과 신사업팀 위상도 크게 높아진다. 종합기술원 산하 디지털 시스템 등 3개 연구소는 물론 신사업에 관련한 선행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이머징 센터’도 조직 변화가 불가피하다. 센터에서는 광 에너지·바이오 칩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올해 신설, 임형규 사장이 맡고 있는 신사업팀도 비전 수립에 맞춰 더욱 사업 분야를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팀은 올해 초 비중 있게 출범했지만 세부 사업 내용은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사업 시너지를 위해 기존 사업부를 통폐합하거나 IT·전자와 새로운 융합 분야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형태 조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조직이 바뀌면서 인력에 대한 대대적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미 삼성은 비전 2020에서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성과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위해 45% 수준인 해외 인력 비중을 2020년에는 6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삼성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Inspire the World, Create the Future)’를 골자로 새 비전을 공개하고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해 IT업계 압도적 1위, 글로벌 10대 기업 등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에서 매출 35조8700억원, 영업이익 4조2300억원 등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 4조원을 넘긴 것은 2004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또 실적 발표와 맞물려 내년에 메모리 반도체 부문 5조5000억원, LCD 부문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