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6)블로그 시대의 종언?

블로그와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 진영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현재 인터넷 공간에선 네티즌을 자신들의 품안에 끌어들어려는 블로그 진영과 마이크로 블로그 진영간의 격렬한 전투가 하루도 쉬지않고 벌어지고 있다. 승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한때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의 위세에 눌려 일보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던 블로그 사이트들이 대반격에 나섰다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트위터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국의 IT전문 블로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최근 대표적인 블로그 사이트인 워드프레스닷컴과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인 트위터닷컴의 지난 10월 한달간 순방문자 추이를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공교롭게도 최근 트위터닷컴의 순방문자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올 5월 이후 소강상태였던 워드프레스닷컴은 순방문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크런치가 인용한 자료는 미국의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의 순방문자 통계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트위터닷컴의 순방문자수는 5천8백30만명에 달했는데, 이는 9월의 5천8백4만명 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이에 반해 가장 대중적인 블로그 구축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워드프레스닷컴(http://wordpress.com)은 지난 10월 순방문자수가 1억5천만명에 달했다. 지난 5월 이후 1억4천만명 수준에서 정체 또는 소강상태를 보였던 순방문자수가 9월부터 반등하기 시작,1억5천만명을 넘어섰다. 블로그 진영이 마이크로 블로그 진영에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방문자 통계를 놓고 블로그 진영과 마이크로 블로그 진영간에 설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팸으로 오염된 트위터가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워드프레스와 같은 블로그 사이트를 결코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트위터는 결코 하락세가 아니다. 트위터에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디바이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트위터 전체 생태계는 여전히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

“트위터는 블로그 업데이트를 위한 일종의 RSS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블로그를 업데이트한 후 자신들의 팔로워들에게 방송을 하고, 이 가운데 10~20%가 트위터에 링크된 블로그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는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트위터와 블로그는 상호 보완적이다”

현 상황에선 이 같은 주장들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트위터에 열광하던 초반의 분위기는 분명 많이 희석됐다.

사실 작년의 분위기는 블로그 진영에 아주 암울했다. 시계추를 돌려 작년 하반기쯤으로 가보자. 인터넷 매체인 와이어드의 작년 10월 20일자 기사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당신은 지금 블로그를 런칭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우정어린 충고를 하겠다. 블로그를 준비 중이라면 당장 포기해라. 이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면 당장 플러그를 뽑아라!" 블로그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니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라는 의미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선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야한다. 포스팅 하나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이에 비해 트위터 등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는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올릴 수 있다. 블로그에 비해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훨씬 좋다. 당연히 대세는 마이크로 블로깅이라는 논리다.

`블로그 시대의 종언`을 예견하는 논리를 좀더 충실히 따라가 보자. 테크노라티가 선정한 100대 블로그사이트를 보라. 명성을 얻고 있는 대부분 블로그 사이트들은 이미 프로들이 점령해 버렸다. 일반 블로거들의 설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엔가짓,트리허거(환경전문 블로그 사이트) 등을 비롯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부분 블로그 사이트들이 프로페셔널들이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블로거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블로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는 구글에서 유명 블로거 이름을 검색하면 어느 유명인 못지않게 검색순위에서 앞부분을 차지했으나 이제는 점점 밀리고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MS의 테크니컬 에벤젤리스트 블로거로 활동했던 로버트 스코블이 지금은 비디오를 포스팅하고 트위터를 업데이트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컴스코어의 통계자료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전히 블로그는 유용한 도구이며 훨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선전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마이크로 블로깅 진영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트위터닷컴의 트래픽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트위터 전체 생태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트위터닷컴은 거대한 트위터 생태계의 기본 플랫폼일뿐이라는 것. 트위터닷컴 뿐아니라 현재 트윗을 할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트위터 생태계에 존재한다. 트윗덱이나 시스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방문자수가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스믹의 경우 매달 30% 이상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으며,최근에는 MSN의 라이브 메신저나 구글 웨이브 등에도 트윗을 할 수 있는 툴들이 나왔다. 심지어 콘솔 게임기에서도 마이크로 블로깅을 할 수 있다.

트위터닷컴 역시 최근에 리스트 기능을 추가하고 리트윗 기능을 수정했다. 앞으로 위치 정보기능도 추가하는 등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 진영의 논리가 아직은 팽팽하다. 하지만 언젠가 저울추는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선 블로깅과 마이크로 블로깅의 관계를 굳이 대치국면으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직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많다. 게다가 앞으로 양 서비스를 수렴할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도 있지않을까.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