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2부-2)게임의 한계, 기술이 허문다

[POST GAME] (2부-2)게임의 한계, 기술이 허문다

 오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아바타’.

 흥행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함께 사용해 최고의 영상미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추가하면 전 세계 영화팬의 호기심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바타는 게임 분야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영화 개봉에 앞서 11일 출시되는 것도 화젯거리지만 최초의 3차원(3D) 영상 게임이라는 점에서 새 장을 열었다. 캐릭터가 게임 내에서 입체 공간을 다니는 기존 3D 게임이 아니라 게임 화면 자체가 입체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마치 입체 영화를 보듯 아바타를 즐기는 사람은 게임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몬스터와 만나기도 하고 저 멀리 보이는 섬을 향해 비행선을 타고 날아가는 환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직 3D 모니터나 3D TV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바타 게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몇 년 후에는 누구나 이 게임이 개척한 입체영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감의 핵심, 물리엔진=개발자들이 갖는 꿈 중 하나는 현실 세계와 같은 게임의 탄생이다. 그 열쇠는 기술이 쥐고 있다. 게임의 완성도는 스토리텔링과 기획, 마케팅까지 다양한 요소가 좌우하지만 게임의 현실성은 기술 문제다. 1990년대 후반 3D 게임이 나온 후 10년 만에 게임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게임 기술의 3요소는 물리엔진과 그래픽, 그리고 사운드다.

 물리엔진은 말 그대로 중력이나 가속도, 역학 등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게임 속에서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대표적 물리엔진은 ‘언리얼’과 ‘크라이’. 언리얼은 곧 나올 NHN의 최대 기대작 ‘테라’에 사용됐다. 크라이를 사용한 대표작은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의 대명사인 ‘아이온’이다.

 과연 앞으로 물리엔진은 얼마나 발전할까. 크라이 엔진을 만든 크라이텍의 체밧 옐리 CEO는 “앞으로는 키보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몸으로 게임 내 캐릭터를 움직이는 다양한 휴먼 인터페이스가 등장한다”며 “따라서 보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세밀한 물리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물리엔진을 자랑하는 ‘아바’ 개발사 레드덕의 김세웅 부사장은 “전쟁 게임에서 비가 올 때는 총알의 궤적이 변하고 은폐물이 나무냐 바위냐에 따라 안전도가 달라지는 정도는 이미 눈앞에 와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3세대 수준인 물리엔진이 5년 정도 지나 4세대에 접어들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현실감이 높은 게임이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화를 뛰어넘는 그래픽과 사운드=아무리 물리엔진이 좋아도 게임 이용자에게 먼저 느껴지는 요소는 그래픽과 사운드다.

 현재 게임 그래픽은 아름답지만 영화와는 격차가 크다. 과연 그 간격은 언제쯤 좁혀질까.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5년 후 정도로 본다. 현재 3D 게임 그래픽은 미리 게임 속 사물을 그려놓고 이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캐릭터는 실시간으로 움직이지만 자연 경관이나 건축물 등은 미리 만들어놓았다는 말이다. 마치 1980년대 드라마 세트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수준을 뛰어넘는 관건은 실시간 3D 캡처 기술이다. 게임 내 모든 그래픽 요소가 실시간으로 묘사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3D 캡처 기술이 실현되면 이론적으로 게임 그래픽은 영화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뒤면 이 기술이 사용된 게임이 나오기 시작하고 10년 후면 대중화되리라 예상한다.

 사운드의 중요성도 그래픽 못지않다. 사운드 기술의 한계는 실제 소리를 녹음하면 실제처럼 안 들린다는 점이다. 변종혁 엔씨소프트 사운드3팀장은 “박수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사람이 치면 박수처럼 안들린다”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폴리라고 하는데 외국과 달리 아직 국내에선 제대로 된 폴리 사운드 만들어내는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영화나 방송 드라마에 사용되는 수준의 폴리가 사용될 수 있는지가 게임 사운드의 현실감을 좌우하게 된다. 사운드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사가 소리에 조금 더 투자하면 지금보다 훨씬 현실감 높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4세대 물리엔진과 실시간 3D 캡처, 그리고 폴리 사운드가 더해지는 미래의 게임은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