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 - 왕영철 GS리테일 상무](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3091046_479639863_b.jpg)
왕영철 GS리테일 상무는 국내 최장수 최고정보책임자(CIO) 중 한 명이다. 한국IBM에서 영업을 담당하다 2001년 GS리테일 CIO로 부임했으니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든다.
“CIO 자리를 처음 제의받았을 때는 거절했었는데…. 한해 한해 재미있게 하다 보니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오랜 CIO 경험만큼 왕 상무의 철학은 확고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최고경영자(CEO)에게 한 가지만 약속했어요. 나는 고객 위주로 비즈니스를 해오던 ‘영업통’이니, 여기에서도 고객 위주로 일하겠다고.”
고객은 바뀌었지만 왕 상무는 이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왕 상무가 지휘한 IT 전략은 지난 9년간 GS25, GS슈퍼마켓 등을 국내 선두급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이 됐다.
◇‘비즈니스 현장 중심’ 사고가 뿌리=왕 상무는 “IT전략에서 제일 기본은 비즈니스, 또 가장 우선시 해야 할 부분도 비즈니스”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완료한 ‘편의점 5차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IT 부문 인력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3주 가량을 GS25 매장에서 짐도 나르고 발주업무도 수행했다. 현업의 애로를 몸소 체험하고 그 대안을 IT로 구현하라는 의도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GS25 각 매장에는 현장의 불편함을 크게 덜 수 있는 ‘1인 점포 운영환경 시스템’이 탄생했다. 카운터에서 모든 컴퓨터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해 직원이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구현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000여개 편의점 서버를 중앙집중화했는데, 이런 시도는 세계 처음이라고 왕 상무는 강조했다. 여러 매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OFC(Operation Field Counselor)들이 각 매장의 재고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결품·재고부족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몇 주간의 기록을 분석해 시스템이 자동으로 적정 발주량을 산출하면, 간단한 승인 작업만으로 많은 제품에 대한 발주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자동 발주 시스템은 일일 재고 집계 등이 가능한 GS리테일만의 단품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왕 상무는 “각 매장에 서버를 둘 필요가 없어 IT운영 비용도 20% 이상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렇듯 편리성, 단순화, 안정화라는 3개 지표가 고객 중심 시스템 구축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왕 상무는 통합된 데이터와 서버를 기반으로 조기대응 체계를 갖춤으로써 점주가 시스템 이상을 알아차리기 이전에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말했다. 장애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개념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각오다.
◇효율적 IT 거버넌스에 사활=‘편의점 5차 프로젝트’처럼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것이 왕 상무가 추진하는 모든 IT 개발의 핵심 전제조건이다. 왕 상무는 이 같은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IT 거버넌스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S리테일의 모든 IT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현업 중심으로 추진된다. 현업이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IT부문은 철저한 차지백(chargeback)을 적용한다. 왕 상무는 “프로젝트 도중 업무요건이 변경되고, 추가로 개발해야 할 프로그램이 생겨나면 차지백 비용도 추가로 정산하게 돼 있다”며 “요건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실무자 회의와 임원 협의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처음부터 신중한 요건 정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IT부문도 비용절감을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한다. 서버 가상화를 통한 데이터센터 비용절감 노력은 물론 각 편의점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 네트워크 및 PC 유지보수 등의 편의점 시스템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해당별 업체를 한 업체로 일원화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왕 상무는 “비용절감 정책의 핵심은 전체 IT 투자비 중 운영비 비중을 줄이고 개발비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며 “IT 생산성에 대한 혁신은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GS리테일의 5년 전 IT 투자 비용 중 개발비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 개발비 비중은 25% 수준으로 늘어났다. 왕 상무는 “해마다 꾸준한 혁신을 통해 개발비중을 더 늘려갈 것”이라며 “매주 개선 요소를 개인별로 꼭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IT 전략은 통합과 속도가 생명=왕 상무는 그동안 추진한 IT프로젝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2004년 수행했던 ‘신업무 4대(신MD, 신본부, 신물류, 신인사) 프로젝트 2005’를 꼽는다. 전사 시스템의 통합과 비즈니스 속도 개선을 목표로 했던 이 프로젝트는 이후 개발된 모든 시스템들의 뼈대가 됐다.
왕 상무는 “처음 와보니 매장에 재고가 쌓여 있는데 물류 센터에 또 재고가 넘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통합적인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기반으로 각 사업부문별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을 모두 연계했다”고 말했다. 또 일일이 하드코딩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스템 변경 작업으로 인해 비즈니스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 모든 제품 및 거래처 코드를 표준화했다.
또 고객관계관리(CRM)-지리정보시스템(GIS) 연계시스템, 휴면고객추이시스템, 물류상품최적관리시스템, 공급망이벤트관리(SCEM) 등 GS리테일만의 독특한 유통전문시스템도 잇달아 개발했다.
이렇듯 GS리테일만의 고도화된 시스템들을 확보하기 위해 2000년대초부터 하드웨어는 아웃소싱으로 운영하고 자체 인력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왕 상무는 “CIO는 어떠한 경우에도 IT에 치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개인 소신”이라며 “고객과 사업부 중심으로 모든 사고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IT와 비즈니스를 모두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와 IT를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왕영철 상무는.
1952년생으로 1979년에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IBM에 입사해 전기, 전자, 자동차 분야 영업 및 컨설팅을 담당했다. 2001년에 GS리테일 CIO로 자리를 옮긴 후 굵직한 IT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리에 완수하면서 GS리테일의 정보화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