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 가트너 2010 주요 산업 IT 전망
2008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줬으며,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들은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2009년 기업들의 화두는 비용 절감이었고 생존이었다. 2010년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각종 규제와 정부 및 고객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현금을 더욱 보유하려 하며,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를 대비하려는 기업들 역시 비용 절감과 미래 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트너 또한 2010년 산업별 연구조사 보고서를 통해 비용 절감의 중요성은 2010년에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의 요구가 거센 만큼 IT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운영 모델의 수립, 운영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소셜 미디어와 셰어드 서비스 확대=2009년 긴축재정은 정부 IT예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는 201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 부양비 지출이 늘고 이 때문에 IT예산은 줄어, 정부 IT 책임자들은 2009년보다 더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에 의한 집단지성의 적용, 정확한 데이터 공개에 의한 정부 운영 투명성 향상, 물리적 및 IT 보안의 통합 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해 2010년 정부 IT책임자들은 빠듯한 IT예산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0년에 IT셰어드 서비스가 더욱 주목받게 되는 이유다.
가트너는 2010 정부 및 공공기관의 CIO들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키워드로 △소셜 미디어 △셰어드 서비스 △물리적 자산에 대한 보안을 꼽고 있으며, 이 세 가지 요소는 정부 업무 프로세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에도 이들이 핵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집단지성의 검증은 지난해 전세계 각 국 정부들이 거버먼트 2.0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온라인에서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고 이를 통해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으며 시민들의 사용 편의성과 신뢰를 확보하게 됐다. 가트너는 “소셜 미디어는 공공 정보의 원천으로서 그 중요성이 계속 커질 것”이며 “향후 몇년간 정부 IT책임자들은 소셜 미디어 등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권고했다.
하지만 집단지성의 기반으로서 소셜 미디어 이용 확산은 정부 IT관계자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공한다. 외부 정보의 사용으로 리스크 관리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데이터의 사용으로 정보와 협업의 내외부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셜 미디어 채택을 포기하거나 외부 정보의 사용을 막는 ‘과거로의 회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가트너는 오히려 정부 조직의 외부에서 적절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 임원들이 직원들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트너는 정부 CIO와 IT 책임자들의 올해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기업정보관리(EIM) 프로그램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개선을 꼽는다. 집단지성의 활용과 소셜 미디어 채택을 확대하면서 정보 보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IM 프로그램의 일부로 외부 정보 활용을 통합해야 하며, 외부 데이터를 △평가 △분석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가트너의 권고안이다.
가트너는 “먼저 현 정보관리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IT 관계자들은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시민 스스로 수집하고 제공하는 정보를 모으고 관리하는 것으로 정보관리체계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런 후 클라이언트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모델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에도 여전할 IT예산 감축은 정부의 IT셰어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거나 새로운 셰어드 서비스를 등장시킬 전망이다. 또한 이 때문에 2010년 IT셰어드 서비스에서는 종종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셰어드 서비스 사업부를 주관하는 대형 정부기관들과 셰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련 공공기관들, 즉 셰어드 서비스의 사업자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연간예산수립, 기술 현대화를 위한 투자, 서비스 관리 수준 등에 대한 의견 충돌이 불거져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의 해결 방법도 역시 거버넌스 프로세스의 효율화다.
보안에 대해서는 기존 물리적 보안과 IT 보안의 통합(컨버전스)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액세스 제어와 IP기반 영상감시시스템들이 전국에 확대 설치되고, 이 개별적인 보안 장치들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포맷의 정보들을 단일한 관점에서 보여줄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해지고 있다. 가트너는 “IT 관리자와 시설 관리자들이 물리적 보안과 IT 보안 원칙의 진정한 통합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물리적 보안도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베이스 지향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IT에 의한 새로운 운영 모델 수립 시급=2009년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가 미국 금융권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에도 금융 서비스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경기 위축 상황에서 금융 서비스 기업의 IT부서는 저성장세, 저수익, 강력하고 방대한 규제들로 휩싸인 금융 비즈니스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운영 모델을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가트너는 금융 서비스 기업의 경영진들이 새로운 IT운영 모델의 필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지지하느냐가 금융 기업의 생존과 미래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서비스 기업들은 2009년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으며 2010년 상황도 달라질 것이 없다.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에 의해 금융기업의 고질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 뿐이다. 현재 금융권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익 대비 비용(C/I)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 기업들의 C/I는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권이 IT예산을 축소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에 봉착한 금융 기업들은 고정 비용 절감을 위해 IT예산도 함께 줄이고 있지만 가트너는 오히려 “고정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IT에 의한 새로운 운영 모델을 수립, 구현해야 하고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변한다. 고정비용 지출을 우려해 IT에 의한 운영모델 개선을 회피하다가 ‘곁불 쬐다가 얼어죽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와 법규제, 고객들로부터 압력이 거세지면서 일부 금융기업들은 리스크를 숨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업의 리스크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 과도하게 반발한다. 이같은 성향은 조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문제를 속으로만 삼켜 결국 곪게 만드는 문화를 낳는다.
이같은 폐해 중 하나가 IT를 비용 절감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IT에 의한 자동화와 업무 개선을 전술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매일 운영 문제만 해결하다가 전략적 목표와 계획은 안중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업들은 다양한 채널과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고 금융IT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금융기업의 경영진이 IT를 단지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면 C/I 비율을 60% 이하로 끌어내릴 수 없다. 가트너는 금융권들이 투자의 무게중심을 비용 절감 아닌 매출 확대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IT투자 또한 매출 확대의 연장선에서 의사결정돼야 한다.
가트너는 “2010년 비즈니스 모델은 금융위기 이후의 기회와 위협을 적용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전제하며 “경기 침체 동안 너무도 많은 비용을 절감한 은행들은 경기 상황이 회복된다고 해도 경쟁력을 회복하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금융기업들은 IT투자를 재평가하고 매출 향상 기능에 토대를 둔 IT투자를 단행하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은 오히려 각 지사와 지점을 통폐합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인터넷뱅킹, 텔레뱅킹이 자리를 잡았지만 금융기업들은 여전히 지점망 운영을 선호한다.
가트너는 금융기업들의 지점과 지사가 사용하는 부동산을 최소 10% 이상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 지사와 지점 대신 버추얼 지점, 프랜차이즈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적 지점 운영 방식은 금융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막대한 고정 비용으로 지출되며, 금융기업의 효율성과 C/I 비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없다.
물론 지점이나 지사를 선호하는 고객과 은행도 있다. 고객들은 유사 시 혹은 특별한 경우 지점을 방문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되는 일은 거의 드물다. 은행 또한 지점을 고객들과의 접점으로 삼고,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자사의 다양한 금융 상품을 교차 판매 혹은 상향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지점의 업무는 낮은 수준의 현금 트랜잭션 중심이다.
은행들은 이미 쇼핑몰과 슈퍼마켓, 공항 등 생활 요소요소에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은행 지점을 입주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가트너는 이제 금융기업들이 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해 고비용을 요구하는 지점망 운영 방식이 과연 기대만큼 고부가를 거두고 있는가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조…ERP보다 PLM, MPM 등 운영기술 투자 강화=2010년 제조기업들은 운영기술(OT)에 보다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가트너는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의 2010년 제조업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선두 제조업계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생산프로세스관리(MPM) 등 운영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미 확대하고 있으며, 이 운영기술에 대한 투자는 과거 전통적인 IT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보다 10배 이상 투자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조업이 운영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시장의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한 시장과 소비자층을 겨냥해 단일 제품이 아닌 패밀리 제품(세트 제품) 형태로 제품군 관리가 이뤄진다. 매번 전혀 새로운 제품을 개발, 생산해내는 것은 시간과 비용 모든 면에서 효과가 떨어지고 가장 중요한 타임 투 마켓도 놓치게 만든다. 또한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신흥 지역이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계는 개발과 디자인의 민첩성을 확보해야 하고 세계 어디서나 개발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협업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품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각 국의 늘어나는 환경규제,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 상황도 글로벌 협업 개발 환경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가트너는 앞으로 제조업이 IT투자를 보다 강화해야 할 대상이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전통적인 백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이나 IT 인프라스트럭처가 아니라 제조생산의 운영기술이라고 단언한다. 나아가 앞으로 IT예산의 더 많은 비중을 백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운영기술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조생산의 운영기술을 위한 소프트웨어로는 △제품 전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제품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정의하고 생성하며 관리하는 PLM △제품 설계를 도출하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복잡한 업무를 효율화하는 MPM △생산 퍼포먼스와 능력을 극대화하는 생산운영관리(MOM)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요구에 대응하는 환경보건안전(EH&S) △보다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제품의 품질 표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화하는 품질관리시스템(QMS) 등이 있다.
제조업계가 생산 관련 운영기술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두 가지다. 글로벌 협업 환경 지원과 PLM 시장의 변화다.
우선 글로벌 협업 환경 확대는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라이선싱 체계를 갖춘 PLM 솔루션을 고려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기업들은 제조 시장이 성숙한 유럽과 북미 대신 인도와 중국 등 아태지역을 생산거점화 하고 있으며 제품 설계와 엔지니어링 또한 신흥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24×7 제품 개발이 가능한 글로벌 협업 개발 환경이 구현하려는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PLM을 포함해 생산 운영기술 소프트웨어들의 글로벌 라이선싱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라이선싱 체계를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극히 일부이며, 가트너는 올해 PLM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싱 체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협업 환경의 확대로 제조업체들은 전사 제품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정의하고, 이를 전세계 지사 및 개발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통 기업 정보 아키텍처를 구현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 지역에서 개발이 24시간 중단되지 않고 이뤄진다는 것은 반대로 이전보다 몇 배의 개발 소프트웨어 도입, 구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생산 관련 운영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반면 경기 상황은 그대로여서 PLM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은 제조업체들의 비용 절감 노력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보다 저렴한 PLM 솔루션을 찾고 있으며, 이는 대형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PLM 및 MPM 솔루션을 공급해온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트너는 PLM 구축과 유지보수 시장을 전문 서비스 업체가 PLM 소프트웨어 업체와 나눠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가트너는 제조업계와 PLM 소프트웨어 업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개발과 엔지니어링의 소셜 네트워킹이라고 지적했다.항공우주분야와 국방, 자동차 그리고 생활소비재 부문의 제조업체들은 작업 활동의 일환으로서 소셜 네트워킹을 기대하는 젊은 개발자들에 걸맞는 새로운 툴과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오토데스크 등 일부 솔루션 업체가 제품설계용 소셜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했으며 오라클, SAP와 같은 제조업 대상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서 소셜 네트워킹 툴을 자사 제품에 채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킹 기능의 확산은 보안에 민감한 항공과 국방 분야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될 수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