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7>30세 이상이면 믿지 말라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도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에서 암묵적으로 통하는 금언이 있다.

 “30세가 넘은 사람은 믿지 마라!”는 말이다. 30세가 넘으면 체력, 변화 적응력, 감각적인 면에서 퇴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기업 영웅들의 창업 연령이 이런 ‘과격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20세에, 구글 창업자들은 25세, 유튜브의 채드 헐리는 28세에 창업했다. 이들의 특징은 겁이 없고, 믿는 대로 행동하며, 뭐든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좀 넓게 보면 실리콘밸리의 금언은 근거가 약해진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창업한 652명의 미국 기업가를 조사한 자료(The 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를 보면 평균 창업연령은 39세다. 게다가 은퇴나 준비할 법한 50세 이후에도 활발하게 창업하는데 그 수는 20대에 창업한 사람보다 두 배가 많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 졸업자는 92%이고, 이 중에서 석사는 31%, 그리고 박사는 10%다. 창업자들의 절반은 과학, 공학, 수학을 전공했으며, 명문대 출신은 8%에 불과했다. 정리하자면, 보통 대학을 나온 40∼50대가 탄탄한 시장 경험을 쌓은 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조기퇴직이라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시장이 세계화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급속하게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업이 경영혁신을 명분으로 아직 한창 일해야 할 40∼50대를 직장에서 쫓아냈다. 이런 경향은 1997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가속화됐고, 지금은 아예 일상처럼 저질러지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량경영, 리엔지니어링 등 조기퇴직의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회사경영의 실패를 인건비를 줄여 만회하자는 속셈은 여전하다. 이 와중에 40∼50대는 변화하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희생양이 됐다. 이런 사회적 폭력을 막아야할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뒷짐 지고 방관한 것도 사실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나이가 들먹여지는 것은 적어도 과학적이지는 않다. 많은 학술연구들이 나이와 창의력, 변화 적응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뇌 연구자들은 오히려 나이가 들어야 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이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데 필수적이라는 일본의 신경과학자 지로 오쿠다의 연구나, 경험이 많을수록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데 수월하다는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샥터의 연구는 이를 입증한다.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는 인생에서 10대와 70대가 가장 창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나이를 이유로 고용인을 일터에서 쫓아내는 기업인은 딴 속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속셈이 됐든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는 소홀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