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 `LCD 생산라인` 멈췄다

CMO·한스타 등 피해…한국업체 반사이익 기대

 4일 발생한 대만 가오슝의 강진은 마치 지난해 상황을 연상시킨다. 한국 LCD 패널 업체들이 가장 빨리 불황에서 탈출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던 지난해 8월 일본 혼슈 지방에서 지진이 발생해 샤프가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 코닝의 유리기판 용해로가 가동을 멈춘 탓이다. 대만 LCD 패널 업체들 역시 멈췄던 LCD 유리기판 용해로를 재가동하느라 작년 상반기까지 생산 차질을 빚었다. 올해 들어 경기 회복세를 타고 대만 LCD 업체들이 빠르게 살아났지만, 갑작스러운 불운을 겪게 됐다.

 ◇타격 얼마나=대만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LCD 업체들 가운데 유독 CMO와 한스타만 이번 지진의 영향권인 타이난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해왔다. 대만 내 대다수 반도체·LCD 업체가 직접적인 피해를 비켜간 이유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지진은 발생 지역이 워낙 지표면과 가까워 그 강도에 비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봐야겠지만 중단한 라인을 재가동하려면 최소 수일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동으로 인해 LCD 생산 설비가 미세하게 움직였다면 다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을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지만, 당장 엄청난 양의 LCD 패널도 폐기 처분해야 한다. 전 공정인 노광 라인에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과정에 일단 진동이 발생하면 투입된 원판은 모두 불량으로 나오는 탓이다.

 대만 업계의 간접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CD 패널 핵심 소재인 컬러필터(CF)와 유리기판 수급에 다소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아반스트레이트’의 5세대 유리기판 용해로 1기가 멈춘 것을 비롯, ‘토판’사의 현지 CF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 업체들이 유리기판을 구하지 못해 LCD 패널을 생산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작년의 일이다. 이날 데이브드 셰 디스플레이서치타이완 수석부사장은 “현재로선 CMO와 한스타가 언제 다시 라인을 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또 일부 유리기판과 CF를 제외하면 나머지 핵심 부품·소재의 공급 상황은 괜찮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시장 전반 영향=이번 지진은 2분기 이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에도 일정 정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대만 LCD 패널 업체들이 속속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수면에 잠복한 상황에서 세계 4위 CMO의 생산 라인이 당분간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CMO를 비롯한 대만 LCD 패널 업체들은 모니터·노트북PC 등 IT용 패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내림세에 접어든 TV용 패널 가격은 안정되는 동시에, IT용 패널 가격은 오히려 올라갈 공산도 있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CMO와 한스타의 지진 피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면 단기적으로 시장 수급 상황이나 가격에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국 업체들이 입는 수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인 CMO는 오는 4월 이노룩스와 합병해 세계 3위권 LCD 패널 업체로 부상하려던 계획이나 중국 현지에 LCD 패널 라인을 진출시키려던 행보에도 복병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