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대표 스티븐 길)가 더 이상 구조조정이 없다고 선언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말과 지난해 상·하반기에 이어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네 번째 구조조정이다.
한국HP는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프로그램을 활용한 WFR(Work Force Restructuring)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내부 통지가 이뤄졌으며 이달 중 퇴직 신청 및 승인 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국HP는 이에 앞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말 희망퇴직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이후 2009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연이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09년 하반기에는 HP의 2010년 회계연도 개시시점인 11월에 맞춰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도 진행됐다.
여기까지는 경기침체로 이뤄진 후폭풍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구조조정 재개 배경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티븐 길 사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진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은 끝났다”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길 사장은 지난 1년 사이 세 차례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한국HP가 취해야 할 조치는 다 끝났다”며 “경기침체가 심화하거나 특정사업부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 한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경제여건이 악화되지 않았고, 감원조치가 특정사업부에 국한된 것도 아니어서 결국은 길 사장이 3개월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은 셈이 됐다.
스티븐 길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말 대부분의 구조조정이 끝난 것은 사실이나 2009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부 사업부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 사업은 1분기 목표를 초과 달성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절대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말은 못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한국HP는 4일 2010년 회계연도 1분기(2009년 11월∼2010년 1월)에 본사와 아태지역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HP는 1분기에 31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1분기 54억달러 매출로 26%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은 6억6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1%나 증가했으며, 매출 대비 영업 이익이 12%에 이르렀다.
이호준·김인순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