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가 올해 초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에 나서더라도 설비투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설비투자 조정압력 사상최고=10일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지난 1월 34.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생산증가율에서 생산능력증가율을 뺀 값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능력이 실제 생산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9.1%포인트로 크게 뒷걸음쳤던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2분기 -8.9%포인트, 3분기 1.2%포인트, 4분기 12.8%포인트로 분기마다 약 10%포인트씩 빠르게 회복했다.
4분기 설비투자 조정압력 역시 2000년 1분기(15.8%포인트)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높은 수치가 나온 데는 금융위기로 투자가 잔뜩 위축됐던 1년 전과 비교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중간재 수입과 해외 투자가 늘고 생산설비 대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산업구조가 바뀐 점을 고려하면 설비투자 유인이 매우 커진 셈이다.
산업별로는 82.8%포인트를 기록한 자동차 부문을 비롯해 정보기술(53.0%포인트), 철강 등 1차금속(46.0%포인트), 기계ㆍ장비(37.0%포인트)의 투자 유인이 비교적 컸다.
◇“기준금리 올려도 투자 영향 적다”=앞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겠지만, 설비투자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한은 조사국 신현열 과장이 최근 ‘통화정책이 신용경로를 통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조업 분야 736개 기업의 과거 9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해 밝힌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는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기업에만 해당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신 과장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부채비율이 높으면 기준금리가 오를 때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부채비율이 낮으면 기준금리가 올라도 얼마든지 다른 재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영 행태를 보이는 점으로 미뤄 기준금리 변동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찬영 수석연구원도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높아지면서 기업 입장에서 투자 여력을 넓힐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력이 소진되고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높은 증가율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