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시장 부상, IT 제품 판매 사이클도 변화

中 춘제·노동절 특수로 주문량 급상승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미국과 중국의 TV 시장 규모

 지난 1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밀려오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LCD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도 주요 원인이지만 중국의 춘제 특수 등으로 중국 기업들의 주문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박상배 LG디스플레이 부장은 “최근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춘제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모멘텀으로 등장했다”며 “미국에는 추수감사절 시즌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춘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왔던 경제 패권이 최근 급속히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IT제품의 판매 사이클까지 바꿔놓았다.

 성탄절, 추수감사절 등 서구 명절에 맞춰 하반기에 집중됐던 IT 제품 성수기 사이클이 최근 중국의 춘제와 노동절 수요가 급상승하면서 ‘상반기 비수기, 하반기 성수기’라는 공식이 깨졌다. 사실상 ‘연중 성수기’로 바뀌었다.

 전통적인 IT제품 수요기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있는 11월부터 12월 성탄절까지다. TV와 PC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 역시 연말 특수를 앞둔 11월에 피크를 치고 12월, 1월은 비수기로 접어든다. 그런데 1월이 중국 춘제 특수 덕분에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춘제에 중국 컬러TV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61%, LCD TV 판매량은 55%가량 증가했다. 40인치 이상 대형 평판TV에 대한 교체 수요 덕분이다. 이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TV 가격 인하가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잠깐 주춤한 중국 특수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에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5월 노동절 특수가 있기 때문이다. LCD 패널 가격이 1월에 강보합세를 보였으며, 2월에도 일부 품목은 되레 상승한 것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전통적인 IT 수요 사이클이 무너진 것은 중국 시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중국 LCD TV 시장 규모는 153만대로 7.2%에 그쳤지만 올해 3700만대로 미국(3900만대)에 이어 2위의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중국이 4157만대(21.8%)로 4050만대에 그칠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중국 수요의 급부상으로 하반기 출하량 비중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53%로 5%포인트나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에도 중국의 위력이 나타났다. 중국 춘제 수요 덕분에 과거의 계절적 비수기 때보다 예상보다 PC 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됐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예년에 비해서도 ‘춘제효과’가 컸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D램은 중국 춘제 수요가 큰 역할을 하면서 1분기도 성수기로 바뀌었다”며 “다만, 플래시 메모리는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의 영향이 결정적이어서 제품 출시 시기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안흥식 자일링스 한국지사장은 “춘제 수요 때문에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2∼3년 전부터 변하고 있다”며 “수년 전만 해도 비수기였던 1∼3월도 요새는 매출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기가 따로 없는 IT 판매 형태의 변화는 특히 올해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국 시장의 급성장에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에 이어 6월 월드컵까지 스포츠 특수까지 있기 때문이다.

 유형준·오은지기자 hjyoo@etnews.co.kr

 

<미국과 중국의 TV 시장 규모>

국가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미국 556 1320 2424 3006 3653 3900 4050

중국 153 455 875 1337 2760 3700 4157

자료. 디스플레이 서치, 단위 만대, 2010년부터는 예측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