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플랫폼 잡기 글로벌전쟁]<중>모바일의 혈투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의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개인용 IT기기가 모바일로 집결되는 데 속도가 붙었다. ‘모바일 시장을 잡는 기업이 세계를 제패한다’는 논리가 점점 현실이 되면서 기기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경계를 뛰어넘는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펼쳐지는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은 모바일 기업”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자신있게 선언할 정도로 승기를 먼저 잡았다. 윈도 모바일 운용체계(OS)를 가진 MS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추가하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을 내놨다.

여기에 최근 구글이 가세했다. 일개 인터넷 검색 기업인 구글은 자체개발한 안드로이드 OS와 대만 휴대폰 제조사 HTC와 합작한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출시하며 종합 모바일 기업으로의 변신을 알렸다. MS 또한 ‘윈도7’을 모바일로 재탄생시키며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윈도7을 탑재한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으로 애플, 구글 등에 빼앗긴 모바일 시장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모바일 전쟁에서는 기존 라이벌 구도도 바뀌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과 구글은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의 깊은 친분과 실리콘벨리를 이끄는 기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스마트폰을 내놓고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는 등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는 20년간 애플컴퓨터와 MS 윈도 PC 간 싸움으로 사이가 좋지 않던 애플과 MS가 협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애플은 아이폰 웹브라우저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 대신 MS의 ‘빙(Bing)’을 넣는 협상을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혈전은 인수합병과 모바일 광고시장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구글이 인수를 추진하던 온라인 음악사이트 ‘라라미디어’를 8500만달러에 전격 인수했으며, 이어 모바일 광고회사 ‘콰트로와이어리스’도 인수하며 구글의 심기를 건드렸다. 구글은 애플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유튜브를 통해 ‘아이튠스’와 비슷한 영화 및 드라마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MS는 이들과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방식으로 모바일 광고시장을 뚫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광고주들과 손잡고 모바일 마켓플레이스 시험을 시작했다.

벤 스케쳐 브로드포인트 암테크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시장에서 매개자로서 수익률을 확장하는 방법을 택하는 반면 애플은 구글에 방어하며 독자적인 시장을 만들어간다. MS는 다소 소극적이지만 PC 윈도로 확보한 대중성을 모바일 시장에도 연결하려 한다”며 “고정된 경쟁구도와 회사 이미지는 이미 옛날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