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over Story- 협업 SCM의 ’꽃’ CP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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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생산계획(S&OP) 수립이 기업 내부의 협업 SCM 영역이라면, 상호공급계획예측프로그램(CPFR)은 협력사들과의 SCM 혁신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다.

 주 단위 S&OP 프로세스를 통해 판매와 생산을 긴밀히 연계해온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유통, 물류, 구매 협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CPFR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조사와 유통사, 그리고 제조사와 부품협력업체간 구매 협업 등을 통해 보다 폭넓은 영역에서 SCM 혁신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CPFR는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만큼 S&OP 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주요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와의 구매조달 프로세스 개선과 시스템 연계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제조-유통 협업을 위한 ‘CPFR’ 확대=금융위기로 세계적인 경기침제기였던 지난해 A사는 전체 TV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고가 LED TV의 출시를 서둘렀다. 경쟁사가 LED TV 출시를 늦추는 가운데에도 과감히 제품 출시를 결정, 북미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당시 이 회사가 고가 LED TV 출시를 서둘렀던 이유는, 제품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통사로 나가는 전체 재고량은 크게 줄었지만, 상류층 소비자들의 TV 구입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미국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 채널들과의 실판매(셀아웃, Sell-Out) 데이터 공유를 통해 간파한 덕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B사는 유통업체의 실판매 데이터 없이 유통업체로 팔려나간 전체 재고량만을 기준으로 TV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판단, LED TV 출시를 연기했다가 결국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렇듯 실판매 데이터인 판매시점정보(POS)를 공유한 후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공동 수요예측을 통해 수요예측력을 높이고, 재고와 결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윈윈’ 계약을 맺는 것을 CPFR라고 부른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계획을 공유하고 합의하기 때문에 일방적 정보전달에 의존해 제조업체가 창고의 재고를 직접 관리하면서 재고 부담을 져야 하는 ‘벤더중심재고관리(VMI)’에서 한단계 더 진화된 협업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CPFR 계약을 하면 공동으로 판매량을 예측한 후 적정 판매량을 합의하고 프로모션시에도 서로 머리를 맞대 의사결정을 한다. 또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패널티가 주어지기도 할만큼 상호 합의를 중요시한다. 제조업체는 정확한 판매데이터와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생산계획을 짤 수 있게 돼 재고를 절감할 수 있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매장 결품을 줄이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원활하게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이미 약 20여개의 글로벌 유통 및 통신 업체들과 CPFR를 확대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적극적으로 CPFR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듯 내부적으로 S&OP 체계 등을 확립해 온 대기업들이 이제 유통업체들과의 CPFR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유통사들의 중간 물류 창고를 기준으로 하던 CPFR 방식에서 더 나아가 무려 수천개에 달하는 각 매장(Store) 단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한층 더 발전된 형태의 CPFR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지역 유통업체와의 지점별 물량을 알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지역별로 소비자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재고와 물류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현재 소니는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해 부터 시작해 유통업체 매장 단위 CPFR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처럼 많은 유통업체들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미 지역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와 LCD TV 제품군 등 고가의 제품군을 중심으로 매장 단위 CPFR 프로세스 적용과 시스템 구축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과 유통업체간 CPFR는 그룹내 유통-제조 계열사간 협업을 제외하고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식품 기업들을 중심으로 CPFR 확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풀무원이 삼성테스코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국내 식품기업 최초로 두부와 계절성 면류 등 신선식품에 대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CPFR을 추진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포털을 개발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액셀과 이메일을 통해 월 3회 정도 정보를 교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봄 이후 전용 포털을 통한 정보 교환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잘 성사되면 향후 동종업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무원에 이어 CJ제일제당도 올해부터 유통업체들과의 CPFR를 본격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조-협력업체간 SCM 협업 시도 확산=1개의 디지털 TV에 1000개 이상의 부품이, 1개의 휴대폰에는 300개 이상의 부품이 탑재되지만 이들의 80∼90%는 협력사에 의해 조달된다. 이 때문에 부품 협력사와의 구매계획 공유를 통한 구매 협업은 결품과 재고를 줄여 양사에 이익을 주면서 SCM을 개선하는 핵심 요건이 되고 있다.

 제조기업간 협업을 위한 CPFR가 최근 들어 새롭게 각광받는 이유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의 헝가리법인 TV부문과 삼성전기는 TV의 부품 생산 및 납품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우선생산물량과 구매오더(PO)를 협의하는 CPFR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생산물량과 PO를 삼성전기와 매주 합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삼성전기도 납기일 준수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삼성전기 경영지원실 정보경영그룹 최우진 차장은 “긴급 운송 비율과 재고량 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CPFR를 통해 삼성전기의 수요예측과 생산계획도 정확해지는 만큼 주문 정보의 변동을 줄임으로써 2차 협력업체의 애로를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계획 정보 제공을 통해 협력업체와 재고절감에 나서고 있다. 1차 협력업체들이 LG전자의 납입지시를 기존 일 단위(예를 들어 x일까지)가 아닌 분 단위(예를 들어 x시 y분까지)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협력업체들이 이에 맞춰 생산 스케쥴을 짤 수 있도록 했다. 협력업체들이 구체적 생산진도를 알게 되면서 재고를 미리 쌓아놓지 않아도 되게 됐고, 지난해 이 프로세스를 적용한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의 경우 공장 창고에 쌓여있던 협력업체 보유 재고량이 5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에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시스템에어컨(AC) 등 사업본부로 확대 적용했다. 가장 일찍 적용한 DD 사업부는 공장 라인에서 협력업체들이 직접 재고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자재구입시 LG전자의 직원이 중간에서 자재를 납품 받아 건네야 했던 조립 협력업체들도 LG전자 직원의 손을 거치지 않고 PU-SCS 포털을 통해 간단한 입력만으로 자재를 납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산 계획을 공개한 후 LG전자에서 결정한 자재 조달량과 시기를 무조건 맞춰야 했던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신범섭 LG전자 SCM IT그룹 차장은 “2008년부터 LG전자의 생산 계획 공표 후 협력업체들의 공급계획을 다시 LG전자의 생산계획에 다시 반영해 최종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기업 제조사와 1차 협력업체들 간에는 정보 연계를 통한 협업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협업 환경이 열악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지경부와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상생IT혁신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협력업체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기업들은 1차 협력업체들과 생산계획 등 주요 정보 공유 수준은 매우 높으나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간 시스템을 통한 생산·구매계획 등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전기는 1차 협력업체로서 두산 전자BG 등 주요 2차 협력업체들과도 SCM 정보화 연계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33개 업체 주요 시스템과 삼성전기의 구매 시스템 맵스(Maps), 삼성전기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연계한 후 ERP의 정보가 맵스를 통해 전달되도록 해 협력업체에 필요한 삼성전기의 계획정보와 재고 정보 등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 구매기획그룹 김화동 차장은 “수시 방문 교육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시스템 구축에 대한 컨설팅을 병행하고 변화관리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확도 높은 계획 정보를 제공하고 납기율도 높여 고객 및 2차 협력업체와의 협업 사슬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 CPFR로 美 LCD TV 시장서 ‘재기노린다’

 2008년 삼성전자에 TV시장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던 소니는 최근 들어 CPFR를 통해 TV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소니가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빼앗겼을 당시 전문가들은 ‘SCM 프로세스’의 차이를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소니는 유통업체들과의 협업 강화를 통해 다시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겠다는 복안이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소니는 자사 제품이 월마트의 통합 물류창고에 남아있던 재고량을 기준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북미 월마트 매장별로 재고 현황을 시스템으로 매주 집계하고 이를 생산계획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CPFR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SCM 솔루션 전문 업체인 JDA소프트웨어와 진행 중이다. 고급 주택가, 시내 등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별 소비자가 가진 특징을 고려해 인기 제품 구성과 재고량도 달리하고 세밀한 수요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부터 북미전역 월마트, 베스트바이의 구매주문(PO)과 수천개 매장에서 집계된 대량의 데이터가 매주 일요일 밤에 자동으로 집계된다. 이 데이터를 인도 소재 JDA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분석한 후 소니 미국법인에 전달한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면 소니 미국법인은 예외사항 등을 체크한 후 지난 주 변동사항에 근거해 차주 계획을 세운다. 이어 화요일에는 유통업체별 판매계획, 재고 보충량과 프로모션 계획 등에 대해 유통업체와 머리를 맞대 최종 합의한다. 소니는 이러한 CPFR 프로세스를 통해 북미 기준 약 절반 수준의 재고량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