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2> 3D 부작용(side effect)

광민감증·수면 결함 경험자는 시청 피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입체시 요인에서 본 휴먼팩터와 디스플레이의 분류

 #직장인 정도환 씨(30)는 3D 영화를 보다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영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메스꺼움에 두통까지 생겼다. 정 씨는 할 수 없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와야 했다. 정 씨는 “나에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줄 알고 당황스러웠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관객들이 꽤 있었다”며 “3D 기술이 좀 더 발전해 이런 부작용을 없애야 다시 볼 마음이 생기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게임 등 3D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부작용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D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 시각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두통 등 시청자의 안정과 관련된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간다고 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3D 서비스 등장을 제한하는 일부 요인은 ‘휴먼 팩터(Human Factor)’에 기인한다. 휴먼 팩터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인간이 제작하고자 하는 시스템의 설계나 제품화 과정에서 고려돼야 하는 인간의 정보 처리 특성을 말한다. 즉 인간의 정보 처리 특성을 제작 시스템 구현에 응용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3D 영상에 관한 폭넓은 수용이 이루어지고 성공적인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휴먼 팩터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청자는 3D 디스플레이 품질을 최종 판단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경험과 판단 하에 심리학적, 지각적, 인지적, 감정적인 처리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3D 영상을 시청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바로 시각적 피로감(fatigue)이다. 시각적 피로감은 3D 디스플레이를 시청하기 시작한 후 30분을 전후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표준화기구 산하 영상 안정성 관련 협의기구 보고서는 영상물 제공에서 고려해야 할 안전성 측면을 세 가지로 요약해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광과민성 발작이고, 두 번째는 시각 운동 유도 멀미, 세 번째가 시각적 피로다.

 ◇3D 시각적 피로감 배경은=시각적 피로가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폭주와 조절 간 불일치 요인이 있다. 폭주란 두 눈의 주시선이 눈앞의 한 점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조절은 서로 다른 거리의 물체를 볼 때 그 상이 눈 망막에 선명하게 맺히도록 하는 작용이다. 이 폭주와 조절로 인해 일반적인 시각 요인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3D로 재현되는 공간 상태에는 부자연스러움이 남아있게 되고 어지러움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눈으로 봤을 때 깊이감에 영항을 주는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근본적으로 시각에 불편함을 주는 식이다.

 ◇증상은=3D 시청에 따른 시각적 피로와 불안정의 증세는 다양하지만 학계에 보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눈의 피곤함, 눈의 무겁게 느껴짐, 이중상, 눈의 건조, 머리가 무거워짐, 두통, 어깨가 뻣뻣해짐, 어깨 아픔, 등의 아픔, 멀미증상, 현기증 등이다. 이외에도 크로스토크(좌우 영상이 겹쳐보이는 현상), 영상 반전 등이 있다. 2D 영상 시청에서 광민감증, 수면 결함, 피로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3D 영상의 시청을 피해야 한다.

 ◇심할 때는 우울증까지=3D 영화 ‘아바타’를 접한 관객들 중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영상의 부작용이다. 지난 1월 주요 외신들은 ‘아바타가 우울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외신은 아바타를 접한 관객 일부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바타 우울증에 대처하는 100가지 방법’ 등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네티즌은 ‘영화를 보고 다음날 온 세계가 무의미해졌다’ ‘판도라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자살마저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가들은 ‘가상 세계는 실존 세계가 아니며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실존 세계가 그만큼 완전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3D 영상 부작용 해법은

 3D 영상 부작용을 가장 먼저 염려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후생성과 공통으로 3D 영상 시청 문제점을 조사하고 나섰다. 3D 영상을 장기간 시청하면 어지러움과 구토, 심하면 간질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조사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3D 영상 부작용에 대해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것은 1997년 있었던 ‘포켓몬 쇼크’ 때문. 당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던 어린이가 구토와 발작, 간질 증세 등을 일으켜 수백명이 병원에 실려가고 그 가운데 몇 명이 사망하는 등 국가적인 재난사태가 있었다. 결국 일본은 4개월간 포켓몬스터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애니메이션 방영 전 ‘TV를 보실 때에는 방을 밝게 하고 떨어져서 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3D 등과 관련된 부작용 문제에 사전조사가 비교적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8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3D 산업의 장.단기 발전전략을 논의하면서 ‘3DTV 시청 시 발생할 수 있는 피로감·어지럼증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3D 기기·콘텐츠 인증 기준, 시청자 보고 규정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원칙만 표명한 상태다.

 산업계는 비교적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3DTV를 출시하며 발빠르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는 3DTV 사용자 설명서 ‘주의사항’에서 “일부 3D 영상은 시청자를 놀라게 하거나 흥분시킬 수 있다”며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 멀미가 심한 사람, 간질 증상이 있는 사람은 3D 영상 시청을 삼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 술을 마신 사람도 3DTV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더 구체적이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3D 시청을 제한할 것과 더불어 정상시력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입체영상 시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3D 영상을 현실로 착각해 놀라거나 흥분할 가능성을 우려해 3D 영상 시 쉽게 깨지거나 다치기 쉬운 물건을 주변에 두지 말라는 당부도 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올바른 시청습관을 갖는 일이다. 영상에 과몰입하면 뇌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뇌 신경의 50%가 눈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3D 영상을 장기간 시청하면 눈 안의 수정체와 뇌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심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전문가는 가정에서 3D 영상을 시청할 때 적어도 화면 크기의 2.5배 거리에서 시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한 시간 시청하면 적당한 휴식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3D 안경을 장시간 착용하는 건 금물이다. 어지러움과 눈의 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