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미루고 잠자는 VC 규모 3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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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투자잔액이 3월말 기준으로 2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2002년 이후 최고치이지만 지난해에 2001년 이후 최대인 1조4153억원의 펀드가 결성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진하다. 정부가 제2의 벤처붐 조성을 목표로 벤처펀드 조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벤처캐피털업계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쌓이는 펀드자금=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벤처캐피털업체 투자잔액은 2조8067억원이다. 2001년 3조500억원대까지 기록했다가 2006년 2조1957억원원으로 줄었으나 정부의 모태펀드 조성으로 최근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총 8671억원을 투자해 월평균 722억원을 집행했으며, 올들어서는 1월 438억원, 2월 518억원, 3월 722억원 등 지난해 평균을 밑돌고 있다.

◇회수 어려움이 투자 어려움으로=정부는 그동안 벤처캐피털 투자 규제를 많이 개선했다. 업계도 이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금회수(Exit)가 쉽지 않아서다. 투자라는 것은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 시장 특성상 벤처캐피털의 주요 자금회수처는 코스닥시장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회수가 쉽지 않다면 벤처캐피털들이 쉽사리 투자를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 수는 2003년 이후 뚝 떨어졌다. 2001·2002년 171개와 153개를 나타냈던 코스닥 상장사수는 이후 50~70여개사를 나타냈으며 최근인 2008년과 2009년에는 38개사와 55개사까지 줄었다. 올 들어서도 현재까지 19개사로 소폭 증가했지만 과거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도 도입으로 일부 숨통을 트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수를 늘리거나 또는 프리보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때 코스닥 진입 퇴출 활성화 일환으로 시장을 우량과 일반으로 나누는 안이 검토됐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프리IPO 쏠림 우려=정부의 기대와 달리 자금이 상장을 앞둔 프리IPO기업에 몰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펀드는 대부분 7년 만기로 회수를 고려한다면 늦어도 4~5년까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시급한 일정 때문에 프리IPO기업에 자금을 대거 투자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업체간 과잉경쟁 양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3월까지 설립 8년 이상된 후기 벤처기업 투자비율은 46.4%로 초기(설립 3년내)와 중기(설립 3~7년)의 29.9%와 23.8%보다 크게 앞선다. 2002년 경우만 해도 초기 비중이 63.5%로 중기(28.1%)와 후기(8.5%)보다 훨씬 높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