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자대국을 향하여] 디스플레이 2.0 시대를 연다 (1)낙관론과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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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와 LCD가 TV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을 때 PDP 진영에서는 원가 우위를 앞세워 LCD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했지만 뒤에서는 거대한 LCD 생태계를 이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은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자리를 굳혔지만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수명, 공정 문제에 대한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한때 최고 유망한 디스플레이로 꼽혔던 전계효과디스플레이(FED)는 상용화를 앞두고도 결국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최근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LCD 산업에도 난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비관론은 LCD도 실리콘의 저주로 대변되는 반도체처럼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낙관론도 있다.

 LCD로 대표되는 평판디스플레이는 30년간 거침없이 성장해왔다.

 흑백화면을 주로 보여줬던 수동형(TN) LCD가 가장 먼저 등장, 시계나 전자계산기를 대중 속으로 끌어내더니 컬러와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TFT LCD의 등장은 듣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노트북PC부터 휴대폰·모니터·TV까지 적용된 TFT LCD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까지 비유됐다.

 그러나 이제는 평판디스플레이가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제기돼 업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해 4분기에 발표한 ‘평판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TFT LCD 시장 규모는 올해 867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920억달러로 5년간 6.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5년간 TFT LCD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다는 얘기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판매량 기준으로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많지만 패널 가격 하락 추이를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으로 큰 성장을 거두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인식”이라며 “TV 이후 특별한 성장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보수적인 전망치의 또 다른 근거”라고 설명했다. LCD패널은 해마다 적게는 20%, 많게는 40% 정도 가격 하락이 이루어진다. 안 사장은 그러나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이 자료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9년 2분기의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돼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새로운 시장 전망치를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원기 삼성전자 LCD 사업부 사장은 “MS본사를 방문했는데 한 사무실 벽 전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구현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며 “머지않아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도·브라질 등의 신흥시장은 경제성장과 함께 LCD 시장 확대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3D 디스플레이, 무안경식 3D, 극현실감의 초대형 크기 등의 새로운 기술이 계속 수요를 자극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장 사장은 이어 “2005년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 LCD TV 수요를 6500만대로 예측했으나 삼성전자는 당시 2010년 LCD TV 1억대 시장 창출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며 “실제로는 예상보다 2년 이른 2008년에 1억대가 달성됐으며 2010년에는 당초보다 대폭 성장한 2억대가 전망되는 등 시장은 다르게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생산 기술 측면에서 기술적·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TFT LCD 산업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TFT LCD 산업은 지난 20년간 처리하는 유리 원판 크기를 키울 수 있는 차세대 라인을 구축하면서 성장해왔다. 2세대(370×470㎜), 3세대(590×670㎜), 4세대(730×920㎜) 등 차세대 라인을 누가 먼저 구축해 조기에 수율을 안정화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수익은 물론이고 시장 지배력을 결정했다. 보통 차세대 라인은 이전세대 라인에 비해 투자비는 50% 증가하지만 생산성은 두 배 이상 높아진다. 따라서 실력과 자본을 갖췄다면 차세대 라인은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세계적으로 3개사만이 차세대 라인 투자를 주도했다. 일본의 샤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차세대 라인을 구축해왔다. 샤프가 6세대(1500×1800㎜)를 구축하면 LG디스플레이가 크기를 조금 더 키운 6세대(1500×1850㎜)를 투자하고 삼성전자는 아예 7세대(1870×2200㎜)을 투자하는 식이었다. 투자시점도 1년 이상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샤프가 지난해 10월 10세대 라인(2880×3130㎜)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는 아직 10세대 혹은 11세대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 지금 투자를 결정해도 2012년께야 가동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2년 6개월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까지는 차세대 라인 투자 대신 기존 라인인 8세대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방식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10세대 이상의 LCD 라인은 공정과 설비에서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며 “투자 대비 효용성 측면에서도 확신을 갖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세대 이상은 50인치 이상 제품에 효율적인데 금융위기 등으로 LCD 업계가 예상한 것만큼 50인치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것도 차세대 라인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석 LG디스플레이 TV마케팅담당 상무는 “시장이 우선 40∼50인치급 TV의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최적화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하는 것이 투자효율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차세대 투자는 50인치 이상의 TV 수요 움직임, 유리 등 핵심재료의 개발 및 비용 경쟁력 확보, 장비 및 운영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생산 효율성 확보 등 종합적 차원에서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