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사이언스 인 컬처 - 태닝

‘하얀 피부는 일곱 가지 결점을 가려준다’는 속담도 있지만 여름에는 다르다. 구릿빛 피부의 건강미를 자랑하는 남녀들이 ‘대세’인 계절이다.

적당히 그을린 갈색 피부가 섹시함과 건강함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진짜 건강과는 거리가 좀 있다. 지난 5월 27일 미국암연구회가 발표는 실내 태닝 기계를 사용하면 가장 위험한 피부암인 흑색종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뒤이어 미국의 건강 포털 웹엠디, 과학전문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 등이 똑같은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태닝이란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표피의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세포를 자극, 피부색이 진해지는 과정이다. 인공 태닝은 단시간 내에 구릿빛 피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피부 건강상으론 만만찮은 단점이 있다. 태닝 기계는 자연 자외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장파장 자외선(UVA)을 한꺼번에 방출하는데 이 UVA는 피부의 탄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을 파괴한다.

226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미네소타 주립대의 디안 라조비치 교수 팀은 2004~2007년 피부 흑색종을 진단받은 25~59세 환자의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중파장 자외선(UVB)를 방출하는 태닝 기계를 사용했을 때 흑색종 위험은 3배 높아졌고 UVA를 방출하는 기계를 사용했을 때는 4.4배 높아졌다. 또 어떤 유형의 태닝이라도 경험해 본적이 있는 사람은 흑색종이 발병할 위험이 74%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태닝기계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흑색종 위험이 2.5~3배나 높았다.

멜라닌 세포가 암으로 변한 흑색종은 여러 피부암 가운데 4%에 불과하지만 치료하기가 어려워 사망률이 79%에 이른다.

이렇게 큰 위험에도 여름철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구릿빛 피부를 만들려는 미적 욕구는 여전하다. 태닝을 꼭 하고 싶다면 무분별한 인공 태닝보다 좀더 안전한 자연 태닝을 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지나치게 장시간 태닝은 피해야 한다. 구릿빛 피부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다.

·자료협죠=한국과학창의재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