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하이닉스 인수를" LG는 "여전히 관심 없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매각주간사들이 LG그룹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으나 LG 측이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매각절차가 시작되고도 1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주간사들이 LG그룹에 인수 의사를 타진함에 따라 어떤 기업이 하이닉스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14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매각주간사들은 최근 LG그룹에 하이닉스 지분 5%를 우선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닉스 주식 중 주주협의회(외환은행ㆍ우리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신한은행 등)가 보유하고 있는 것은 20% 정도다. 이 중 하반기에 블록세일(대량매매)로 시장에 팔 예정인 5%를 제외하고 나머지 15% 중 5%를 시장가격에 우선 매수하는 형태를 LG그룹에 제안한 것이다.

이 방안이 성사된다면 주주협의회는 하반기 블록세일 물량(5%)과 LG그룹에 매각하는 물량(5%)을 제외한 나머지 10%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주주협회의회는 10% 지분을 보유하면서 LG그룹의 하이닉스 경영을 도와주고 LG에 추후 일정 가격으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은 당장 인수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고 상황을 봐가면서 잔여 지분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두 차례 매각절차에서 자금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자 인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좋은 전략적 투자자로 생각되는 곳에 대해서는 맞춤식 협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그룹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오면 채권단과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대해 LG그룹은 기존 방침을 고수하며 `불가` 원칙을 전달했다. LG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현재의 주력사업과 미래성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 쪽에서는 △LCD와 함께 반도체가 경기에 민감한 점 △인수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점 △인수 후에는 불황기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부터 매각이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매각절차에서는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했으며 두 번째 매각절차에서는 인수의향서 접수기간을 연장하기까지 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특히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 분기 실적으로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주협의회에서는 일단 국내 대기업이 인수의향자로 나서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 방법을 통해야 매각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고 매각 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등을 통해 하이닉스를 성장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서는 자금과 함께 경영능력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협의회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하반기 블록세일할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15%를 인수하려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2조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만한 자금ㆍ경영능력을 가진 기업으로 LG그룹, 현대중공업, 포스코, SK그룹 등을 꼽는다. 특히 LG그룹이 과거 반도체 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경영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업체는 하이닉스 인수의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인수자로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정서와 기술유출 염려 등을 고려할 때 외국기업에 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이 끝내 인수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주주협의회는 블록세일 형태로 점차적으로 시장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연기금 등이 지배주주가 돼서 하이닉스가 정부의 영향권 아래 놓일 가능성도 있다.

또 확실한 지배주주가 나타나지 않아 적대적 인수ㆍ합병(M&A)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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