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H로 생겨날 신산업을 공략하라

REACH로 생겨날 신산업을 공략하라

REACH는 `데이터가 없으면 시장도 없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2007년 6월 시행된 EU의 초강력 신화학물질관리제도다. REACH의 시행으로 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반드시 EU 당국에 해당물질의 독성정보, 위해성정보 등을 등록해야만 한다. 결국 EU로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타국의 기업들이 EU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적 요건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대EU 수출기업들에게는 기술적 장벽으로서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경부 · 지식경제부 · 중소기업청이 각종 산업협회와 함께 REACH 대응공동추진단을 만들어 대비하는 등 REACH 대응을 위해 어느 정도 준비는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만 만족하면 안 된다. REACH라는 강력한 환경규제를 통해 생겨날 수 있는 신산업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정보생산 분야를 공략하기 위한 GLP(Good Laboratory Practice)육성, REACH 업무 자문 또는 대행을 담당할 `환경컨설팅` 분야, 등록이 필요한 독성자료를 거래하는 시장 등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화학물질 정보생산 분야를 점령하라=REACH 등 국제적 화학물질제도 강화에 따라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의 REACH 시행으로 등록기한인 2018년까지 EU 수출물질에 대한 독성시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국내에도 한국형리치(K-REACH) 도입에 따른 화학물질 등록의무 확대로 인한 시험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험자료의 국가 간 상호인정을 위해 OECD에서 마련한 우수실험실 운영규정으로 각종 독성시험의 신뢰성 보증을 위해 시험의 모든 과정과 관련된 사항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GLP제도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의 시험기관인 GLP가 20개가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정보 생산능력은 EU나 미국의 GLP기관에 비하면 그 생산 가능 항목 수나 시험 노하우 등에서 다소 뒤쳐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REACH 시행 및 국내 유해성 심사항목 확대 등 예상되는 생태독성 시험 수요 증가에 비해 국내 생태독성 분야 인프라 취약하며, 향후 10년간 생태독성분야 시험 수용 대비 시험 충족률 31%에 불과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에게 선진국 수준의 정보생산 기관이 다수 갖춰져 있다면 국내 기업들이 굳이 외국 GLP에서 비싼 외화를 주어가며 정보를 생산할 필요가 없을 것인데 현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국제무대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GLP를 육성해 시장을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GLP기관 같은 정보생산 인프라 구축과 이런 기관에서 운영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해성심사항목 확대를 통해 국내 시험수요의 지속적 확대를 유도하고, GLP 정책협의회 구성 · 운영해 올 하반기 OECD GLP 현지방문평가 대비 로드맵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생태독성 및 생태위해성 평가 전문인력 양성 추진에도 정부는 힘을 쏟고 있다.

이지윤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REACH가 규제로서의 성격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화학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화학물질정보 시험과 같은 새로운 시장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컨설팅, 독성자료거래 등 REACH 파생시장이 커진다=기업들은 REACH 대응을 위한 정보수집의 어려움 및 전담인력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출하는 제품의 REACH 등록대상 화학물질 확인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REACH 업무를 대행해주는 환경컨설팅 업체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재 국내 REACH 관련 컨설팅 시장에는 불과 10여개의 컨설팅사 및 연구기관, 협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사실 REACH가 국내에 소개되던 2008년 초에는 20여개의 기관들이 활동을 했지만 수익창출이 어려워 절반 가까이 사업을 접었다.

그 이유는 REACH 등록을 준비해야 하는 화학기업은 500여개 정도지만 이중 상당수는 유럽 지사나 수입사가 등록 준비를 하고 있어 해외 컨설팅업체에게 수요를 빼앗긴 점도 있고 아직 우리나라 완제품수출 기업들이 리치 신고제도의 영향에 있음에도 리치에 대한 관심이 화학기업보다 떨어져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가 K-REACH라는 선진적인 화학물질제도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수출기업 이외에도 국내 제조업체들도 새로운 등록의무가 발생, 제도 이해 및 이행과 관련한 컨설팅에 대한 수요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화학물질 제조수입량이 1톤 이상인 물질을 취급하는 화학기업은 7000여개이고 0.5톤 이상인 기업은 7900여개다. K-REACH에서 REACH같이 연간 제조수입량 1톤 이상인 경우 등록의무를 준다면 7000개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되고 0.5톤으로 한다면 800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제도권에 포함된다.

따라서 K-REACH가 도입되면 대략 7000~8000개의 국내 화학기업들이 제도권에 들어오고 이에 따라 현재 321개 업체에 불과한 컨설팅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또한 REACH 등록에 필요한 독성자료 거래 시장 역시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REACH 도입으로 국내에도 REACH처럼 등록에 필요한 독성자료를 서로 거래하고 공동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제도화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기업들은 REACH 등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일 물질별로 등록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등록에 필요한 자료를 보유하는 기업들로부터 등록 사용권(LoA)을 사오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자료거래 활동을 진행 중이다. 물론 이때 대가는 독성자료를 직접 생산 할 때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자료를 소유한 기업들은 다수의 기업들에게 사용권을 팔고 그 대가를 챙겨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 기업이 자료를 생산할 때 투자한 시험비용보다 훨씬 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물질별 참여 기업의 수나 보유하고 있는 시험자료의 가치(발암성은 10억원대이지만 급성독성의 경우 수백만원대)가 중요한 요소다.

국내 화학제품 시장은 EU에 비해 작아 독성거래 시장규모가 EU만큼 활발하고 크지는 않더라도 제도적으로 동일물질 별로 기업들이 자료를 서로 공유해 사용권을 거래하고, 사용권을 얻은 자료를 등록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보장되면 향후 국내에도 자료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를 통한 수익모델을 구상하는 것도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REACH 시장에서 독성자료를 팔 수 있도록 신규물질을 개발하는 것도 또 다른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

◇K-REACH, 왜(?) 어떻게 만들어지나=REACH 시행을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법제를 총체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학제품 출하액 기준 세계 6위의 화학생산국이며, 우리보다 상위에 있는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은 물론 개도국들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규범을 강화하고 재정비하는 추세다.

또한, 지금까지 국내 유통된 실적이 있는 화학물질은 약 4만3000종이며 매년 400여종의 신규화학물질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증가하는 화학물질의 유통량 추세는 그만큼 인체 및 환경에 대한 화학물질의 노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90%가 물질정보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적 추세에 뒤쳐지지 않고 선진제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화학물질관리 제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환경부는 EU, 일본, 캐나다, 미국, 중국 등의 해외 화학제도들을 분석하고 이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최적의 K-REACH를 만들기 위해 현재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법을 제정하지 않고 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전면 개정(또는 신법을 제정)해 REACH 등 선진제도의 주요 요소를 벤치마킹한다는 방침이다.

등록평가대상 화학물질의 확대범위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신규 화학물질에서 기존 화학물질로 확대하고 시험자료의 범위도 제조 · 수입량에 따라 확대한다.

특히 발암물질 등 핵심 위해우려 물질에 대해서는 용도별 허가제도 및 제한 제도를 도입해 사용을 일정부분 규제하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퇴출 유도할 계획이다.

이지윤 과장은 “K-REACH의 제정은 산업체가 고위해물질의 사용을 저감하고 기술발전에 기반한 친환경적 신규대체화학물질로의 적극적 전환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 말까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또는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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