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 SW기술과 남한 바둑과의 만남](https://img.etnews.com/photonews/1008/025880_20100826132658_367_0001.jpg)
한 때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해보겠다는 업체가 우리나라에 40개 이상이었다. 유단자급 이상의 바둑프로그램 엔진을 개발하면 `대박`이라는 믿음으로 너도 나도 덤볐다. 하지만 결과는 무참했다. 누구도 그 `대박`을 경험하지 못한 채 바둑프로그램 엔진 개발을 접어야 했다. 이제는 이 땅에 바둑프로그램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가 한 곳도 없다. 이 길을 계속 가다가는 `대박` 대신 `쪽박`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언젠가 북에서 개발했다는 바둑프로그램 `은별`이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것도 연속해서 4회나. 몇 개월의 교섭 끝에 2006년 6월 북과 그 은별바둑 판권계약을 맺고, 남쪽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9월 조선컴퓨터센터(KCC)에서 당시 십 수 년간 바둑프로그램만 개발해왔던 엔지니어와 프로기사 김찬우 5단이 참가하는 7박8일간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의 주 목적은 기존 은별을 갱신해서 기력을 높일지, 아예 설계부터 새로 해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지를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론은 새 엔진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바둑프로그램 엔진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로탐색형이다. 하나하나의 경로를 탐색해 수를 생성해야 하기 때문에 한판의 바둑을 두려면 이론적으로 361!이상의 경로를 탐색해야 한다. 또 하나는 몬테까롤로방식 엔진이다. 이 엔진은 한 수 한 수를 착점할 때 수 십만 판의 가상 대국을 끝까지 진행, 그 수 가운데 지지 않았던 수 중 랜덤하게 선택하여 착수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엔진의 기력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아마추어 초단) 슈퍼컴퓨터나 PC를 병렬 연결해 수십 개의 CPU를 동원해 연산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다.
결국 새로운 차원의 바둑프로그램 엔진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엔진에 전략적 지식을 내포, 후보 수가 단 몇 개로 압축되어 수 생성이 간단히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하여 모바일에 탑재해도 기력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가볍고, 착점이 빠르고, 기력이 높다. 김찬우 5단이 이론과 초보적인 알고리듬을 제공하고, 북의 개발자들이 이론과 초보적인 알고리듬을 알고리듬화하여 개발하는 역할분담을 맡았다. 이 유단자급 새 바둑프로그램 엔진이 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새 엔진의 구성요소인 자동계가, 형세판단모듈 등은 국내 유력 바둑사이트들에 제공되어 사용되거나 사용이 협의되고 있다. 10여 년간 바둑프로그램 엔진개발을 추진하다 포기한 한 바둑 유단자급 엔지니어는 `아마츄어유단자급 바둑 엔진개발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던 그 유단자급 엔진 완성이 바로 코 앞이다. 평양에서, 개성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중국 단동, 북경에서, 때론 서울-평양간 CD로 협의를 진행해 오기를 4년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던 것을 가능케 한 요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남과 북의 절묘한 역할분담이었다. 십 수년간 한눈 팔지 않고 바둑엔진만 개발해왔던 개발경험과, 세계최고기력의 한국바둑실력의 역할분담과 협력, 바로 그것이다. 돈이 되지 않아도 세계최고의 바둑프로그램이라는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매달릴 수 있었던, 사회주의 제도 덕택에 20년 가까이 축적된 북의 바둑개발경험과, 자본주의기 때문에 가능했던 남의 세계최고의 바둑실력(프로제도)간 협력작업의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이다.
김병수 포원비즈 대표 kbs82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