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게임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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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사들의 멋진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TED 강연 중에서 게임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은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오늘날 강한 게임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젊은 사람들은 스물 한 살이 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1만시간을 게임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나라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지칭한 것이 아닌가 한다.

1만시간이라고 하면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대가에게 필요한 시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스물 한 살이 되는 젊은 세대 전체가 게임의 대가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의 대가들은 무엇을 잘하는 걸까. 이들이 잘하는 능력에 우리 현실의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접목한다면 정말 커다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게이머는 게임세계에서 비교적 쉽게 많은 것을 이룬다. 또 뭔가 중요한 것을 할 동기가 있으면 협력과 협동을 위한 열의도 더 높다. 사람들은 종종 게임 세상에 있을 때 스스로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데, 주저함 없이 남을 도우려 하고, 끈기 있게 문제에 집중하고, 실패해도 일어나 다시 시도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실패에 직면하고, 장애물에 맞설 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압도당하고, 쩔쩔매고, 불안이나 우울 · 당혹 · 비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게임의 어떤 것이 비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것인지를 파악해서, 이런 감정을 실제 세계의 일에 적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적인 히트 게임인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 같은 게임을 보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세상을 구하는 임무를 함께 한다. 그리고, 임무도 게임 속 레벨에 딱 맞는 임무로 주어지며, 이룰 수 없는 도전은 제시하지 않는다. 언제나 명확하고 중요한 일이 있고, 수많은 협력자들이 있다. 실제 세계에선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레벨업이나 능력치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현실에서는 이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기 힘들다. 결국 이런 환경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는데, 현실보다 게임이 좋아서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탄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현실에서의 불행함의 정도가 크다면 이런 만족감은 더욱 클 것이다.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이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로 즉시적 낙관주의(어떤 장애물이 있을 때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희망을 가지고 즉시 도전하려는 욕구), 튼튼한 사회망(상대방이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같은 규칙으로 플레이하고, 같은 목표에 가치를 두고 끝까지 함께할 거라는 믿음), 행복한 생산성, 웅대한 의미라는 네 가지를 꼽았다. 이들 각각의 요소를 우리 현실세계에 녹여낸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나 진지하고 재미와 열정에 대해 인색하고, 지나치게 비즈니스와 돈에만 집착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현실이나 기업의 환경 역시 멋진 게임을 기획하고, 이것이 우리의 삶과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행복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정말 뛰어난 게임 기획자들이 많다. 현실의 암울한 상황을 업그레이드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사람들이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모두 같이 한다면 우리의 기업환경이나 사회가 조금은 더 즐거운 사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지훈 미래칼럼리스트 jihoo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