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트랜지스터 그리고 쌀

아버지의 장롱에는 보물이 있다. 가족들의 사진, 50년 이상 된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그것이다. 아버지는 “그 당시 쌀 한 가마니 값을 치르고 산 라디오”라며 1990년대까지도 종종 애용하셨다. 이제는 라디오 기능이 결합된 MP3플레이어가 그 보물을 대체했지만 수십년간 동고동락해온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여전히 아버지의 보물이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그렇게 비쌌던 것은 그 당시 그만큼 트랜지스터가 비쌌기 때문일 테다.

불과 60년 전인 1948년 벨연구소의 브랜튼과 바딘, 쇼클리가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이후 10년 동안 트랜지스터는 컴퓨터, 일부 라디오를 비롯한 전자제품에 응용되는 데 그쳤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는 불과 수개에서 수십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됐지만 생산기술이 못 따라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많은 연구자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트랜지스터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가격도 이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은 최근 칼럼에서 랩톱 PC에는 37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아이팟에는 256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된다며 트랜지스터 경제학을 설명했다.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감안하면 우리는 하루에 수조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는 셈이다.

포천은 현재 메모리 가격을 감안할 경우, 쌀 알곡 하나당 트랜지스터 12만5000개를 바꿀 수 있는 세상이라고 비유했다. 50년 전, 쌀 한 가마니에 트랜지스터 십여개를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수조개의 트랜지스터를 살 수 있는 세상으로 진화했다.

값싼 트랜지스터는 인류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이번 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킨텍스에는 트랜지스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전자전과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 반도체산업대전 등이 동시에 개최되면서 LCD · 반도체 · 3DTV · 스마트폰 등 트랜지스터의 걸작들이 전시됐다. 트랜지스터의 놀라움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가.

유형준 반도체디스플레이팀장=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