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혈흔을 통한 나이측정

‘미드’에서 나오는 과학수사 기법은 첨단을 달린다. 그 중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강력범행 현장의 사건에서 발견된 작은 혈액으로 범인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다.

최근 혈액 한 방울로 그 사람의 연령대도 측정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커렌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케이저 박사 연구팀은 ‘티셀(T cell)’로 알려진 백혈구를 통해 사람의 나이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혈액에 남아있는 분자적 특징을 조사하던 중, 티셀을 생산하는 흉선(Thymus)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방 조직으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유전적인 인공물 DNA 고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티셀이 흉선에서 성숙될 때마다 병원균 등의 외부 분자를 인지하는 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DNA가 재배열된다. 이 과정에서 절단된 DNA들이 고리를 형성하면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런 고리 DNA들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티셀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흉선이 얼마나 노화가 됐는지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DNA 고리의 양에 따라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특정 티셀에 있는 DNA 고리의 양을 측정했다. 이를 신생아와 80대의 노인까지 연령별로 분류한 결과, 9년 정도 오차범위 안에서 예측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년 단위로 자원자를 분류해서 결과를 분석했을 때는 각 연령대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은 연계성을 보였다.

케이저 박사는 “단순히 용의자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으로 미해결 사건을 풀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 기술이 다른 증거들과 함께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데에는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기술은 재난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신상을 알아내고 동물의 혈액으로부터 연령을 분석해 생태학 연구에도 사용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한편 영국 레스터대의 유전학자인 마크 조블링은 “이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유용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며 이 기술이 조심스럽게 사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