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세로토닌

 게임에 빠져 아이를 살해한 젊은 여성, 또래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10대 소년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비극적인 소식에 연말이지만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 폭력사건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아 충격적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미디어를 통한 폭력성 확산, 핵가족화로 인한 자기중심적 사고 등을 이유로 꼽는다. 과학자가 바라보는 폭력성의 원인도 따로 있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결핍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를 말한다.

 세로토닌은 흔히 뇌 속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뇌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과 호르몬 분비 등에 영향을 끼쳐 뇌기능을 조율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아드레날린이나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 분비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폭력성이 증가하거나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로토닌은 햇빛을 오랫동안 쬐지 않을 경우 분비량이 현격히 줄어든다. 흐린 날씨나 밤중에 쉽게 우울해지는 이유다. 또 외부적 요인으로 심신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나 규칙적인 운동이 부족할 경우에도 세로토닌 결핍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스트레스는 세로토닌의 가장 큰 적이다. 세로토닌은 신체의 손상된 여러 세포를 회복시키는 데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세포 손상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세로토닌의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의 작용과 분비를 저해하는 요인들은 현대인이 피해가기 힘들다. 사무실 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운동 시간은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실정 속에서 단순히 미디어의 폭력성이나 이기주의 확산 등만 탓하며 증가하는 사람들의 폭력성을 치유하긴 힘들다. 과학적 분석에 기반해 필요한 뇌 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