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드래곤이 온다`…비상하는 중국 녹색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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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중국 신재생에너지 2020년 발전 목표

 “스푸트니크 쇼크의 순간이 닥칠 수 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미국이 청정에너지 개발 레이스에서 중국에 밀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긴장을 놓고 있다가는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을 때와 같은 충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데 우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새해부터 제12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는 중국은 이제 몸풀기를 끝내고 녹색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배하라=중국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발견하는 것은 한국에서 현대차를 발견하는 것만큼 쉽다. 가전제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태양열 설비가 집집마다 들어섰고 도로에는 태양광 가로등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소형풍력발전기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가오스씨엔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장은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의 15%를 비화석연료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태양광·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09년에 청정기술 분야에 346억달러를 투자했다. 186억달러에 그친 미국을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GDP 대비 환경 분야 투자액이 현재 1.4% 수준에서 2025~2030년에는 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에서 고정가격매입제도를 실시하고 재생에너지 수입 설비에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등 다양한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중국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덕분에 중국은 태양광에서 선텍과 잉리·JA솔라·트리나솔라 등 4개 기업이 글로벌 톱10에 들었고 풍력에서도 골드윈드와 시노벨·동팡 등 3개 업체가 세계 10대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녹색 고양이가 중국을 살린다=중국 녹색성장 정책은 ‘녹묘론(綠猫論)’으로 요약된다. 이제는 쥐를 잘 잡더라도 녹색 고양이가 아니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1979년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데리고 온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30여년이 지난 중국에서 녹색 고양이에 밀려나고 있다.

 녹묘론은 2006년 발표된 제11차 5개년 계획(11·5 계획)에서 구체화됐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단위 GDP(전체 GDP가 아니라 성장한 GDP가 기준)당 에너지 소비량을 2005년보다 20% 줄이고 주요 오염물 배출 총량은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천디위 중국 환경보호국 환경과경제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 5년간 11·5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 덕분에 2010년 상반기에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단위 GDP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줄이겠다는 큰 목표를 정하고 녹색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새해부터 2015년까지 진행되는 12차 5개년 계획에서는 11차 때보다 두 배나 많은 3조위안(약520조원)을 녹색산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12차 기간 집중 육성하기로 한 7대 전략산업에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신재생에너지·신에너지 자동차 등 녹색산업 분야를 3개나 포함시켰다.

 ◇중국은 지금 녹색 구조조정 중=중국의 녹색성장 정책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녹색 구조조정’으로 불리는 산업 구조조정이다. 이를 보면 중국의 녹색성장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월 원자바오 총리가 발표한 낙후산업 6대 구조조정 방침에는 에너지 소비가 많고 폐기물 배출이 많은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주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력이나 석탄 철강·경공업·방직 등 10개 산업에 대해 원가부담을 높이거나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는 기준에 미달한 특정 산업체를 강제로 폐쇄조치한다는 급진적인 조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치다.

 가오스씨엔 에너지연구소장은 “에너지 소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각 지방도시와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구체적인 목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중앙정부 정책이 고스란히 지방정부에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쑤성에 위치한 우시시의 경우 2007년부터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으며 2008년 산업구조조정 계획 발표, 2009년 10대 산업구조조정 계획 발표 등 중앙정부의 녹색 구조조정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두재외의 한계=중국에서는 자국 태양광 산업을 ‘삼두재외(三頭在外)’로 부른다. 시장·원자재·핵심기술 세 개가 모두 해외에 있다는 뜻이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의 주요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면서 350개의 태양광 업체가 도산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폴리실리콘이나 태양전지 장비 등 핵심기술력이 부족해 독일이나 일본 등에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이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녹색기술에도 대부분 해당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갖지 못한 수준 높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중국 기업과 제휴를 도모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용석 KOTRA 칭다오 KBC 관장은 “일반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녹색기술 수준이 한국 기업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는 없는 기술을 선보인다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중국)=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