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현장] 패션 소셜 벤처 `오르그닷`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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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오르그닷 사무실.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디자인 시안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유경 매니저는 “좀 더 자연적인 색감이면 좋을 텐데 이건 너무 화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직원도 “우리가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이 색감에 민감한 이유는 ‘친환경’이라는 가치 때문. 화려하고 인공적인 디자인보다 자연스러움과 수수함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새로 문을 열 오픈마켓에도 이런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오르그닷은 2009년 문을 열었다. ‘친환경’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던 때, 국내 의류 업계에도 이를 접목해보자는 생각에서다. 친환경 소재로 국내 봉제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비 상승분은 유통 단계 간소화로 해결한다는 것.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소셜 벤처’라는 모토는 이들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72.7m²(약 22평) 남짓한 사무실 내부는 각종 친환경 제품이 가득했다. 유기농 면으로 만든 의류, 페트병에서 섬유를 뽑아 만든 유니폼, 옥수수 전분으로 제작한 생분해성 비닐 포장지가 벽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USB와 현수막, 황마 자루를 이용한 에코백도 한쪽을 차지했다.

 순수한 생각에 기업들이 뜻을 모아주면서 매출도 첫해 1억원에서 이듬해 5웍원으로 늘었다.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의 그린 유니폼은 이들의 대표작. 실전 경기용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다. ‘TEDx서울’에도 에코백을 납품하고, 구글코리아·메리츠화재 등에도 친환경 단체복을 공급했다. 김방호 이사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SK텔레콤·GS 등 오르그닷을 찾아 ‘그린 마케팅’을 함께 논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에는 소셜벤처 전국경연대회 창업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도 선정됐다.

 오르그닷은 올해부터 기업 간 거래(B2B)에서 소비자거래(B2C)로 분야를 확대한다. 상반기에 문을 열 오픈마켓은 그 핵심이다. 단순한 판매처 제공을 넘어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팅 플랫폼 구축이 이들의 목표. 디자이너에게는 제품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이들이 디자인한 제품은 국내 봉제공장을 통해 제작해 소비자에 공급한다. 외국에 비해 높은 공임은 다량 발주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한 접근성 증대는 오르그닷 오픈마켓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오르그닷 구성원이 대부분 NHN·다음·예스24 등 인터넷 업체 출신이어서 정보기술(IT) 분야의 생리를 잘 안다는 점이 좀 더 ‘스마트’한 사업 추진을 가능케 했다. 김진화 대표는 “오르그닷은 친환경이라는 대의와 IT라는 수단을 제대로 접목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IT를 활용해 시대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디자이너와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오픈마켓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