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차세대가속기딜레마<하>실질적 연구시설 확충이 급선무

 정부의 가속기 ‘올인’ 정책에 따른 문제는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가속기 추가건설이 차세대 3.5GeV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따른 논란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심의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에는 차세대 3.5GeV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오는 2015년부터 7500억원을 들여 경주에 제2 단계 양성자 가속기(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를 건립하기로 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만든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양성자 가속기 구축 관련 기관에서는 이 같은 로드맵과는 별도로 2단계 사업을 위해 정부에 보고서까지 만들어 제안한 것으로 파악돼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방폐장이 조성되는 경주지역에 오는 2012년 3월 완공을 목표로 3074억원을 들여 양성자 가속기를 건립 중이다. 가속입자는 양성자, 에너지 크기는 100MeV 정도로 파쇄 중성자원, 의료용, 양성자 암치료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 가속기는 전류가 20㎃에 불과한 선형양성자 가속장치여서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추가 업그레이드나 신규 건립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 시설과 관련한 교과부의 투명하지 않은 사업진행도 문제다. 교과부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양성자 가속기 업그레이드에 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 뒤 국가과학기술중장기 로드맵에서는 ‘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부터 6년간 75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거대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에 한쪽에는 예산부족으로 사업자체가 난항을 겪는다.

 현재 건립 중인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예산 부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건립하는 데는 정부가 1763억원, 경주시 등이 1311억원을 내 2012년 3월 완공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건물 건립예산 부족으로 완공이 12월로 늦춰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예산확보가 어려워 더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구에 있어서 가속기의 중요성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형평성과 투자 대비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과위의 구축지도에서 S군에 포함된 21개 장비 가운데 두 대의 가속기가 차지하는 예산 비중은 전체의 60%를 넘어서는 1조원 수준이다. 우주, 바이오, 핵융합 등 거대 시설을 모두 합해도 가속기 한 기 예산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교과부가 기초·원천기술 개발사업 전체에 투입하는 예산이 2조원에 조금 모자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가속기에 대한 예산투입이 합당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거대과학시설 만들어 빅 사이언스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 대비 효과 등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사업추진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당장 국내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장비, 시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핵물리 분야 양성자 가속기 전문가는 “미국이나 일본은 두세 기씩 양성자 가속기를 갖고 있다”면서도 “운영비가 가속기 1기당 500억~6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R&D 규모에서 6기 정도가 한꺼번에 가동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