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SCM 성공의 열쇠 `CEO 의지`

[취재수첩]SCM 성공의 열쇠 `CEO 의지`

 LG전자가 대대적인 공급망관리(SCM)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업본부별 실행과제를 도출하도록 독려하고 구체적인 진척 상황도 직접 챙길 예정이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의 얘기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앞서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구 부회장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DNA를 바꿔나가겠다는 ‘뚝심’도 담겨 있다. SCM 혁신 활동을 체질 변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알 수 있다.

 SCM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구 부회장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과거 윤종용 전 부회장이나 최지성 부회장이 이끌었던 2000년대 삼성전자 SCM 혁신활동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제조기업이 삼성전자 같은 SCM 역량 고도화를 추진했지만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된 실패요인으로 ‘CEO의 외면’을 꼽아도 무방하다.

 3년 전 한 대기업은 삼성 출신 SCM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 같은 SCM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CEO는 SCM 활동의 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SCM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단기 실적이 출렁일 수 있다. 생산과 판매 계획을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가피한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 CEO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수년간 진행해온 회사의 SCM 활동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SCM이 그 어떤 경영혁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이 변해야 하고 CEO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더 큰 어려움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부쩍 관심을 모으는 판매생산계획(S&OP)를 정착시키고 고도화하는 것이 힘든 이유다.

 2000년대 초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사장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의 삼성전자는 전기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SCM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LG전자의 SCM 혁신활동은 ‘1등 LG’라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지만 결코 한두 해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SCM 성공사례가 나오기를 기원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