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에이서 “PC로는 안 된다”

 에이서 JT 왕 회장
에이서 JT 왕 회장

“노트북 1위는 더 이상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

 세계 2위 PC 업체인 에이서가 ‘탈(脫)PC’를 선포했다. PC 사업만으로는 이제 비전이 없다며 뒤늦게 개혁을 선언한 것이다. 회사를 세계 2위 PC 메이커로 끌어올린 최고경영자(CEO)도 혁신 대상이 됐다.

 3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대만 에이서는 지안프랑코 란치 대표이사 CEO를 퇴출시키고 이달 말까지 새로운 수장을 찾기로 했다. 그 때까진 JT 왕 회장이 경영을 맡는다.

 란치 CEO는 최근 10년 간 에이서의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1997년 에이서에 합류한 뒤, 저비용 노트북으로 에이서를 세계 2위 PC 회사로 올려 놓았다. 특히 유럽서 에이서를 1등 브랜드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사업과 관련해 이사회와 잦은 이견을 보였고 결국 CEO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란치 CEO는 일본 NEC PC 사업 부문 인수를 반대하다 중국 레노버에 뺏기고 특히 태블릿 사업에 있어 큰 충돌로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스마트패드(태블릿)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반면 란치 CEO는 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JT 왕 에이서 회장은 “시장이 매우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성공 방식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며 “더 이상 노트북 1위를 목표라고 언급하지 않겠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에이서는 애플 아이패드로 촉발된 스마트패드 인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 수요를 잠식하면서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여섯 분기 동안 2.8~3%을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이 올 1분기 0.5~1.5%로 대폭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회사 측 역시 “올 1분기 10%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에이서는 스마트패드 사업에 대한 투자 강화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첫 스마트패드를 내놓은 에이서는 2분기 중 신모델을 출시, 올해 60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푸르덴셜파이낸셜증권투자신탁의 베번 예 선임 펀드 매니저는 “에이서가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태블릿 시장에서 에이서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후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망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란치 CEO의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그가 구축한 유럽 조직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도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에이서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마무리하고 나면 올해 연간수익 전망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