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유통업체, 인프라 부재로 비싼 `수업료`

 유통업계가 해외시장 개척 ‘1번지’로 겨냥한 중국 시장이 관련 인프라 부재와 문화 이질감 탓에 난공불락 요새로 전락했다. 지분참여와 설비투자로 중국시장에 비교적 수월하게 입성한 제조업종과 달리, 유통업계는 초기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부족한 배송 인프라=롯데홈쇼핑(대표 신헌)이 지난해 인수한 중국 홈쇼핑 사업자 러키파이는 전담 택배팀을 통해 80% 이상의 배송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에서는 전량 대한통운·현대택배 등 위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내부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아직 중국에 전국 단위의 택배 서비스가 완비되지 못해 자체 배송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 20%는 위탁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택배서비스가 원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중국에서 TV홈쇼핑 방송을 시작하는 현대홈쇼핑(대표 민형동)도 배송서비스망 구축을 위해 직영과 위탁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라면 비용절감을 위해 전문 택배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지만, 중국의 택배 인프라 미비 탓에 사정이 여의치 않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중국 전 지역 허가권을 보유한 ‘가유홈쇼핑’ 등과 함께 홈쇼핑 합자법인인 ‘상하이현대가유홈쇼핑’을 설립했다. 이미 지난 2003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중국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 통하는 전자결제=중국의 전자결제 시스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중국 내 9개 전국권 TV홈쇼핑 업체는 대부분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 방식이 아닌 현장결제(CO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소비자가 전화로 상품을 주문하면 택배기사에게 배송과 동시에 물건 값을 치르는 방식이다. 택배기사가 다량의 현금을 보유한 채로 운송하다 보니 사고도 빈번하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기사가 물건값을 가지고 도주할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며 “이 때문에 배송 기사 1인당 보증인을 두세 명 세우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GS샵(대표 허태수)은 지난 2005년 중국 충칭에 진출했다가 24시간 방송 사업권 문제로 송출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중국 외에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업체인 ‘홈샵18’의 3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오프라인 할인마트도 고전=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한 할인마트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각각 82개·27개의 중국 현지 직영점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중국 상하이 차오안루에 위치한 ‘이마트 차오안점을 폐점했다. 출점 2년 9개월 만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2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청양점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2009년 3월 개점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국내 굴지 할인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맥을 못 추는 것은 현지인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선을 선호하는 중국에서 내장까지 깨끗이 제거한 생선을 내놓아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할 정도다. 실적에서도 지난해 이마트는 중국에서 6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7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매출은 1조75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150억원대로 집계됐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