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관련 기관들이 장기간 ‘수장’을 찾지 못하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회장자리’가 부담은 많고 이득은 없다는 인식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월 말로 임기가 끝난 김기영 회장(한빛소프트 대표)의 빈자리를 아직까지 메우지 못했다.
협회는 지난 2월에 총회를 열고 협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3월에 이어 4월 초 또 한 번 일정을 미뤘다. 게임업계의 유력인사들은 회사 경영 등을 이유로 회장직을 고사했고, 외부인사가 추천될 경우 회원사들의 의견차로 내정자를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게임산업협회 측은 “내정자가 정해져야 총회를 치루고 회장으로 추대할 수 있는데 현재 복수의 후보자만 있어 일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장직이 올해 들어 사실상 공석으로 남으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등 산업의 육성 및 규제 정책 추진에도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실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산업협회 측은 “현재는 회원사들의 합의 구조로 의사결정을 하지만 (회장이 없어) 입법기관 등에 의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2월 말 임기가 종료된 조기행 회장(SKT GMS 사장)의 후임을 뽑지 못했다. 2기, 3기 회장사를 연임한 SKT가 “더 이상 회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이사사 중 어느 한 곳도 나서지 않아 차기 회장 선임이 무산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4월 안으로 차기 회장, 회장사를 추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차기 회장은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지식재산권 문제를 풀어야하는 등 부담이 많아 이사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장)의 공석상태가 길어질수록 업계 현안들은 풀기 어려워 질 것”이라며 “누군가 하길 바라면서 정작 아무도 안 나서는 이런 사태는 게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인사들의 책임감 부재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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