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희망이다]스타트업 성공 동반자 벤처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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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성은 크지만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 바로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이다.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Start-Up)기업에는 유치해야 할 중요한 목표다.

 기업이 초기 창업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의 사업화·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타트업기업에는 벤처캐피털 자금이 희망이며 동시에 넘어서야 할 큰 벽이다. 일단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했다는 것은 그 회사의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전문 금융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스타트업기업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회사 가치가 높아진다. 특히 선두 벤처캐피털업체로부터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면 의미는 더 커진다.

 스타트업기업은 투자금과 벤처캐피털업체의 멘토링을 바탕으로 더 큰 꿈과 목표를 실현해 나간다.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속된 말로 벤처캐피털리스트(심사역) 책상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투자제안서가 수십에서 수백개 놓여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이들 심사역 마음을 끌기는 쉽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환경은 과거 벤처 버블기에 버금갈 정도로 좋다. 이들의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타트업기업에는 능력을 펼치기에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9조원 바라보는 벤처캐피털자금=벤처캐피털업계가 보유한 투자재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조7998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고치다. 벤처 버블이 걷힌 후인 2003년 6조원까지 내려갔다가 서서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9년과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벤처펀드 결성의 중요한 재원이 되고 있는 정부 모태펀드의 강력한 지원 여파다. 무엇보다 최근 벤처펀드가 대거 결성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벤처펀드는 결성된 당해부터 2~3년 내 상당분의 자금 집행이 이뤄진다. 대개가 7년 만기인 펀드 특성상 투자자금 회수(Exit) 시점을 고려하면 3년 이내에 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까지만 해도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60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증가세를 나타내 2006년과 2007년 9000억원대로 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1조1400억원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고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조4000억원과 1조6000억원의 결성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 말 기준으로 3000억원대 규모의 벤처펀드가 결성됐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1조원대 중반 규모의 펀드가 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나는 벤처캐피털 투자=‘90% 증가.’ 올 1분기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를 작년 동기 대비 비교한 것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하나의 트렌드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분위기가 바뀌면 모두 경쟁적으로 투자에 뛰어든다. 올해 분위기가 매우 좋다. 최근 2년 사이 벤처펀드가 대거 결성된 것도 있지만 스타트업 창업 열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서승원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정부의 녹색·신성장동력산업 중점 지원으로 인한 창업증가로 투자수요가 확대된데다가 벤처펀드 증가에 따른 투자여력 확대가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하고, “최근 글로벌 창업대책 등을 통해 창조적 글로벌기업에 대한 창업촉진으로 벤처투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벤처캐피털업계의 경영실적 개선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90개 벤처캐피털의 경영실적은 영업이익이 754억원으로 전년도인 2009년의 영업손실 546억원에서 크게 회복됐다. 부채비율도 2009년 23.5%에서 지난해는 14.9%로 낮아졌다. 이종갑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벤처투자 봄이 오고 있다”고 최근 나아진 분위기를 전했다.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하려면=‘낙담했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기업인들이 처음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만나고 나서 하는 말이다.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설득하기란 여간 힘들지가 않다. 무엇보다 과거 벤처 버블기를 거치면서 국내 벤처캐피털업체 내부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정확히는 과거만큼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투자심사위원회(투심위)를 운영한다. 심사역들이 어렵게 회사를 골라도, 투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투심위 벽을 넘어야 하는데 이 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 심사역 입장에서도 어렵게 회사를 골라도 투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집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정에 신중을 기한다. 단순 아이디어 수준이거나 검증되지 않는 기술과 기업을 이들이 제대로 보지 않는 이유다.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에게 잠재 투자기업의 선택 기준을 물으면, 경영진을 많이 꼽는다. 모 벤처캐피털업체 상무는 “스타트업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 경영진 개개인의 역량이 크게 영향을 준다”면서 “경영진 역량을 최우선으로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덕성이 결여된 회사는 비투자 대상이라고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수년, 수십년 투자경험을 비춰볼 때 도덕성이 결여된 곳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이 밖에 내수시장만을 보는 곳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업을 주요 투자대상 기업으로 거론한다.

 ◇누가 벤처캐피털의 선택을 받았나=지난해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은 560개사의 재무현황을 보면 평균 매출액은 147억원이었다. 2008년과 2009년 투자기업의 평균매출액이 118억원과 14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 규모는 증가추세다. 반면에 영업이익은 2008년 7억3000만원에서 2009년 20억1000만원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는 11억5000만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평균자본금은 2008년 21억2000만원, 2009년 19억7000만원, 지난해 22억80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올해 들어 4월까지 문화콘텐츠가 83개사에 1239억원이 투자돼, 업체 수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정보통신이 54개사 920억원, 일반제조가 45개사에 1295억원이었다. 이 밖에 서비스·교육(12개사 341억원) 생명공학(10개사 212억원) 유통(9개사 259억원)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문화콘텐츠·정보통신·일반제조가 주요 투자대상이지만 미국의 경우 투자금액 기준으로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업력별로는 설립 3년 이내 초기기업 84개사에 1475억원이 투자됐다. 중기(3~7년)와 후기(7년 이상) 기업은 각각 56개사와 79개사에 대해 1071억원과 1754억원의 자금이 집행됐다.

 

 ◆벤처캐피털 자금 줄 ‘모태펀드’

 2006·2007년 310억달러대에 달했던 미국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지난해 123억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6·2007년 9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5900억원으로 벤처펀드 결성규모가 크게 늘었다. 미국 벤처펀드가 반토막 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7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정부 모태펀드를 꼽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은 벤처펀드로 갈 자본이 대거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창업 및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거 예산을 투입했고 그 결과 벤처펀드 결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모태펀드는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태펀드의 출자 동향을 보면 벤처캐피털 자금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주요 모태펀드 출자방향으로 △인큐베이팅·엔젤 등 초기 스타트업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신성장·녹색, 부품소재 등 미래 성장 전략분야에 차별적 지원 △벤처캐피털 글로벌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 △수시출자사업 확대 등을 정했다.

 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인큐베이팅 및 엔젤펀드다. 인큐베이팅펀드는 매우 실험적이다. 벤처캐피털이 창업보육센터(BI) 한 곳을 사실상 인수해 입주하는 스타트업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기술개발에 매진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자금에서부터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펀드 운영사인 벤처캐피털과 정부가 공동으로 예비 기술창업팀 또는 1년 이내 기술창업기업을 심사해 입주여부를 결정한다. 벤처캐피털은 2~3년의 입주기간 내에 기술개발(1차)과 생산사업화(2차) 두 차례로 나눠 투자한다.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보육센터 입주사 가운데 우수 스타트업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자금을 지원한다. 입주사는 벤처캐피털 투자와 함께 정부 R&D 자금을 함께 받게 되는 셈이다.

 엔젤투자펀드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엔젤투자를 확산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됐다. 100억원 규모로 선정될 펀드는 엔젤투자자가 찾은 스타트업기업에 2배수로 함께 들어간다. 예컨대 A엔젤투자자가 B사에 1억원 투자를 결정 시, 벤처캐피털업체는 추가 심사 후 엔젤펀드에서 2억원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한 엔젤투자자는 “국내에서 엔젤투자시장을 민간이 주도해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나 제도권이 참여함에 따라 투자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태펀드란 기업이 아닌 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되는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래서 펀드를 위한 펀드(Fund of Funds)라고 불린다. 국내에는 일반적으로 모태펀드를 중소기업청 주도로 만들어 한국벤처투자가 관리·운영 중인 펀드를 말한다. 이 펀드의 정확한 명칭은 ‘중소기업모태펀드’다. 중소기업모태펀드에 앞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2003년 한국IT펀드(KIF)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