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술은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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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술은 문화다

 뉴욕 도심 한 복판.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쇼윈도 앞에 멈춰선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무리 가운데에는 한 남자가 마치 날아오는 공을 받으려는 듯 왼쪽 오른쪽으로 팔을 뻗고 몸을 움직이며 쇼윈도를 주시하고 있다.

 대체 무슨 상황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대형 디스플레이로 꾸며진 쇼윈도 속 영상에서 풋볼 선수가 공을 던지고 있다. 남자가 공을 받으면 점수를 획득하고 공을 놓치면 쇼윈도 유리가 깨지는 듯한 영상에 지나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화면 고화질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길거리·상점 등 공공장소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정에서 TV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면, 공공장소에서는 쏟아지는 광고에 피곤함을 느끼던 일반 대중이 능동적으로 광고물에 접근하고 재미있게 향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소프트웨어가 만들어 낸 시너지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의 현실감과 도시 미관 기능까지 제공한다면,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프트웨어는 디스플레이를 단순 영상 재생장치가 아닌 사람과 소통하는 일종의 생명체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미 해외에서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환경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몬스터 미디어(Monster Media)’는 설립 9년 만에 매년 신개념의 2500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주요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글로벌 첨단 광고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양방향 터치스크린 인식 소프트웨어 ‘서피스(Surface)’도 첨단 디스플레이와 시너지로 기업 시장에 큰 파급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서피스는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은행·공항·상점·식당 등 다양한 기업 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100개 이상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이 같은 변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동 발전과 협업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기술 발전이 전 세계인의 생활방식은 물론 문화까지 변화시키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올랜도(미국)=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