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P 결제 모듈 어떡하나"…퇴출 앞둔 개발사들 애플 입만 바라본다

 애플의 결제모듈 ‘인 앱 퍼처스(IAP)’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개발자들이 애플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같은 조건의 결제 모듈을 채택했어도 승인이 나기도 하고 거절당하는 경우도 발생해 애플이 개발사와 콘텐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사들 “일단 등록하고 기다려보자”=지난 30일 국내 유명 인터넷서비스 업체는 새 버전의 음원 서비스 앱을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무제한 음원 듣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앱에선 애플 계정을 이용한 결제 기능과 다른 결제기능도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애플은 별도의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에 이와 유사하게 여러 결제 모듈을 탑재한 한 전자책 관련 앱은 수개월째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앱 내부에서 구매를 할 경우 반드시 애플의 결제 모듈을 이용해야 한다. 앱에서 외부 결제 모듈로 링크를 걸어둘 경우 앱스토어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반면에 외부에서 이미 결제한 콘텐츠를 앱으로도 받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리뷰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앱은 6월 30일 이후 별도의 통보 없이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킨다는 입장이다.

 앱 개발사 관계자는 “우리도 애플의 정확한 입장을 모르기 때문에 일단 등록신청을 해놓고 승인이 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앱도 놔두고는 있는데 정말로 퇴출될 지 일단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가이드라인에 제시한 방침대로만 앱스토어를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아마존’과 같은 대형 서비스 기업의 인기 앱도 퇴출 대상이다.

 ◇“30% 요율은 모두 같지만 마켓 독점이 더 심각”=앱을 이용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할 때 3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건 다른 앱 마켓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스토어는 처음 나올 때부터 개발자 가이드라인에 SK텔레콤의 통신요금에 비용이 부과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도록 했다. 요율도 30%로 똑같다.

 SK텔레콤 측은 “앱 시장에선 아직 공인인증서나 각종 보안 모듈 등이 도입돼 있지 않아 앱마다 각기 다른 결제방식을 도입할 경우 사용자가 선의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객 보호 차원에서 처음부터 SK텔레콤의 계정을 이용해 결제토록 했다”고 밝혔다.

 KT나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의 앱 마켓도 유사하다. KT의 ‘올레마켓’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외부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자사 계정 휴대폰 결제 모드를 우선 배치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경우 애플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KT가 30%를 가져간다. LG유플러스의 ‘오즈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이통사 관계자는 “콘텐츠 가격 자체가 하향 평준화 되는 추세”라며 “30% 수수료는 애플이 얘기하듯 최소한의 유지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두 유사한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유독 애플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폐쇄적 운영과 잦은 가이드라인 변경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iOS의 경우 타 마켓의 진입을 아예 허용하고 있지 않고 앱스토어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개발자로선 최고 인기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다른 유통경로가 없는 셈”이라며 “여기에 잦은 가이드라인 변경과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점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표> 결제 모듈 관련 애플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 조항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