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새 窓을 열어라] (3) 친환경 기술 없이 미래도 없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에서 전시된 삼성전자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디스플레이.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에서 전시된 삼성전자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디스플레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LCD패널의 LED광원 채택률 추이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 전력이 낮은 친환경(Green) TV를 구매하겠다.”

 지난 2008년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 조사에 따르면, 반수 이상(53%)의 미국 소비자가 향후 TV 구매 시 소비 전력이 낮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89%의 응답자들은 TV 에너지 효율이 더욱 향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 지구적인 환경 보호 및 규제 추세에 따라 LCD TV 업체들의 소비 전력 절감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LCD 패널 업체들도 투과율 향상을 통한 소비 전력 저감 및 효율이 좋은 발광다이오드(LED)로의 광원 전환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도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저전력 패널 개발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인 것이다.

 

 LCD 패널은 2000년대 들어 3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 이용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이를 위해 LCD 업체들은 더 넓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광시야각 기술 개발과 휘도(밝기) 개선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LCD TV는 가정 내 전기 소비 주범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미국 가정 내 전기 소비를 분석한 결과,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6%에서 2008년에는 10%로 급증했다. 2년 만에 6%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가정 내 전체 소비 전력 17%를 TV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LCD TV의 평균 화면 크기가 1년마다 2.5인치씩 늘어나며 대형화가 꾸준히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LCD 화면이 커질수록 더 넓은 면적에 광원을 균일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 전력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풀HD 고화질 구현에 이어 120㎐ 및 240㎐ 고속 구동 패널이 등장하면서 LCD TV 소비 전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TV 시장을 달구고 있는 3DTV도 고속 구동과 고화질 구현이 필수여서 소비 전력 증가 측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가전제품 에너지 규제에 나서면서 소비 전력을 줄인 LCD 패널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내년 5월부터 55인치 TV는 108W까지 소비 전력을 낮춰야 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에너지스타 4.1’의 규제 수준(178W)보다 40% 가까이 소비전력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40인치 LCD TV도 현재의 107W에서 75W로 30%의 소비 전력을 줄여야 한다. TV 전체 소비 전력 중 50~70%를 차지하는 LCD 패널을 제조하는 업체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인 셈이다.

 이 같은 외부 규제와 사업 환경의 변화로 LCD 업체들은 투과율 개선 및 광원 교체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특히 LED 광원으로의 이동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18% 수준이던 LED 광원 채택률이 과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CD 패널만 놓고 보면, 백라이트유닛(BLU)에서 소모되는 전력은 80%에 달한다. 기존 광원인 냉음극형광램프(CCFL)보다 광효율이 좋은 LED로 광원을 대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현재 LED의 광효율은 CCFL보다 40% 이상 높다.

 LED 백라이트 칩 구조 개선과 로컬 디밍(Local Dimming) 기술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한창이다. 패널 테두리에 LED가 탑재되는 에지형은 초기에는 4개 테두리에 모두 LED 칩이 장착됐지만, 현재는 한 개 면에만 LED를 탑재하는 구조 혁신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LED 칩 수를 줄일 수 있다. 또 화면의 밝은 부분만 선택해 광원을 밝게 하는 로컬 디밍 기술은 CCFL보다 소비 전력을 3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CD 패널 자체 투과율을 높이는 것도 급선무다. 광 배향 및 미세 패턴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픽셀 구조와 컬러필터 온 어레이(COA) 등 구조 개선으로 현재 5% 수준인 투과율을 8%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차세대 그린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주역>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에서는 차세대 그린 디스플레이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그린 존을 별도로 구성, LCD를 대체할 다양한 차세대 친환경 패널을 대거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전기습윤(EWD),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친환경 패널을 2013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습윤 디스플레이(EWD:Electro Wetting Display)=전기습윤은 전압에 반응하는 검정 및 컬러 오일(Oil)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빛을 차단·투과 및 반사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EWD 기술을 보유한 리쿼비스타를 전격 인수,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EWD는 셀 구조가 단순하고 공정이 간단해 반사, 투명, 반투과, 투과형의 모든 디스플레이 구동방식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SID서 선보인 6.2인치 흑백 및 컬러 EWD 패널은 상용화를 위한 진일보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EWD가 친환경 패널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투과율이 LCD의 두 배 이상에 달하고, 저주파 구동이 가능해서다. 소비전력은 같은 크기 LCD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LCD와 유사한 공정을 이용해 제조할 수 있어 이미 구축된 LCD 제조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e페이퍼에 적용할 경우, 전자잉크 등 기존 기술보다 응답속도가 빨라 컬러 동영상 구현이 용이하다. 삼성전자는 투과형과 반투과형 등 디스플레이 패널 전 영역으로 EWD 적용을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디스플레이=광학 셔터(Optical Shutter)에 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패널도 LCD를 대체할 친환경 디스플레이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10.1인치 WXGA(1366×768) 고해상도 패널을 올해 SID 전시회서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MEMS 디스플레이는 16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광학 셔터가 약 200마이크로초(㎲)의 고속으로 열렸다 닫히며 색상을 표현한다.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의 빛을 재사용할 수 있어 투과율을 기존 LCD 패널의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컬러필터 대신 반사율이 좋은 기판(Aperture Plate)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각 픽셀의 셔터를 작동시키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은 기존 LCD 공정라인을 이용할 수 있다.

 MEMS 디스플레이는 같은 크기의 LCD와 비교해 약 3분의 1의 전력만으로 구동이 가능하다. 실제 10.1인치 MEMS 디스플레이 구동 전압은 1W에 불과하다. 색재현율이 뛰어나고 좌우 170도의 시야각, 1000 대 1의 명암비까지 구현할 수 있어 고화질 저전력 패널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석준형 삼성전자 고문>

 “해상도 등 기존 디스플레이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 현재보다 세 배 정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개념 차원에 머물던 차세대 친환경 디스플레이도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석준형 삼성전자 고문(LCD사업부)은 LCD 업계가현재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소비전력 측면에서 ‘저효율 디바이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전문 학회인 ‘SID 2011’에서 그린 디스플레이를 주제로 별도의 콘퍼런스를 여는 등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국 에너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LCD 기술 개선과 차세대 그린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 고문은 “우리나라는 이미 LCD 및 백라이트유닛의 소비 전력 절감 경쟁에서 대만, 일본 등 경쟁국을 압도하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TV는 물론이고 모바일 기기용 패널 시장에서 충전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저전력 신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디스플레이 개발은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 고문은 “LCD 연구개발은 화질 개선 등 기본적인 특성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위한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며 “LED 수를 줄이고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광학필름을 혁신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친환경 LCD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를 절감하면서 동시에 소비전력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연결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석 고문은 EWD와 MEMS 등 새로운 친환경 디스플레이 기술들은 아직 초기 단계며, 기술 안정화 및 양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고문은 “EWD는 전혀 새로운 기술로 LCD 태동기처럼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고 말했다. “MEMS 디스플레이도 TI가 30여년간 프로젝터 방식으로 개발해 왔지만, 양산성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기술”이라며 “대형화와 수율 확보 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 고문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LCD 산업은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성장해 왔다”며 “(시황 악화, 중국의 부상 등) 작금의 위기 상황도 차세대 연구개발을 통해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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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디스플레이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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