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솔론은 앞으로도 태양광 밸류체인에서는 잉곳·웨이퍼에만 집중할 계획입니다. 태양전지나 모듈 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은 없어요. 잘 하는 영역에 집중해 더욱 잘 하자는 겁니다.”
수직계열화에 대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우정 넥솔론 사장은 “결코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태양광 각 부문별로 1GW 생산용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폴리실리콘은 6000억~6500억원, 웨이퍼는 4000억원, 셀은 3000억~35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비용이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넥솔론은 영역을 확장하기보다 단일산업에 집중하는 ‘퓨어 플레이(Pure Play)’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원가·기술·품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보다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일본·독일에서는 밸류체인 전 영역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어려워요. 실제로 독일 폴리실리콘 업체인 바커는 웨이퍼 사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하기도 했죠.”
넥솔론의 퓨어 플레이 전략 실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해 단기간에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생산 공정 기술상 차별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 시장의 다운스트림 영역에 집중하던 2007년에 국내 미개척 분야였던 잉곳·웨이퍼에 투자해 2년 만에 생산량을 17배 높인 바 있다. 또 매출액을 2008년 758억에서 지난해 4513억으로 6배 늘렸다. 제품을 생산한지 3년 만에 국내 1위, 글로벌 톱 11 기업으로 성장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넥솔론은 향후 세계 1위의 잉곳·웨이퍼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이 사장은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동종 업체가 10개 정도 거론됐지만 어느새 6개로 압축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올해 우리의 단기 목표는 일단 생존”이라며 “그 다음에 향후 다가올 태양광 시장의 상승곡선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태양광 산업 현황에 대해서는 분명히 유럽시장의 성장이 많이 둔화됐으며, 앞으로 성장이 있긴 하겠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만큼의 가파른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외에 성장이 가능한 나라로는 일본과 중국을 꼽았다. 미국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넥솔론은 증설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이 사장은 “향후 태양광 시장이 상승곡선을 그릴 시기를 대비해 투자와 증설은 올해도 쉼 없이 지속할 계획”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투자나 증설을 얼마나 제 때 진행하고 제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느냐가 올해 넥솔론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넥솔론은 현재 1.1GW인 웨이퍼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1.8GW로 늘릴 계획이다. 단결정에서 600㎿, 다결정에서 1.2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잉곳·웨이퍼는 워낙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이어서 이번에 건설되는 제3공장만 해도 5000억원 가까이 필요하다”면서도 “언젠가는 6~7GW까지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년 용량을 늘리는 것 외에도 이제는 거기에 어떤 신기술을 접목하고 어떻게 비용을 절감해 갈 것인지 등 디테일한 부분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공장 건설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잉곳은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에 건설 중인 공장도 주로 웨이퍼를 자르는 역할을 한다.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대만 등 수요처가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넥솔론은 지난 3월 필리핀 로페즈 그룹 자회사인 퍼스트필리핀일렉트릭과 협력해 현지에 400㎿ 규모 태양전지용 웨이퍼 절삭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바 있다. 오는 10월 초 준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핵심 기술 영역인 잉곳, 그 중에서도 단결정 잉곳은 향후에도 국내에서 계속 생산할 계획입니다. 잉곳·웨이퍼 공장을 세우기 위한 입지조건은 3가지가 있습니다. 품질 좋고 저렴한 전기, 수출입을 위한 좋은 물류 시스템, 새로운 기술을 잘 익힐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바로 그것이죠. 한국은 이 세 가지 측면을 모두 충족합니다.”
넥솔론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기술력과 제조 경험을 꼽았다. 특히 제조 경험과 손재주 등은 넥솔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면서도 넥솔론 뿐 아니라 많은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는 비결은 바로 한국인의 손재주, 특유의 성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전자산업에서 그간 뿌려놓은 씨앗과 밑거름이 있기에 우리처럼 이 산업과 연관돼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선두에 나선 측면이 크다면, 한국은 전자산업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2000년대 이후 새로 생긴 넥솔론 같은 기업이 중국에 맞설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술면에서 장점은 큰 사이즈의 단결정 잉곳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사이즈는 곧 수율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넥솔론이 생산하는 8인치 단결정 잉곳은 보통 6인치인 타 업체의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타 업체보다 8인치 단결정 잉곳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고, 먼저 대량으로 생산했다”며 “그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타 업체에서 8인치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만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중국은 이제 겨우 8인치 생산을 시작한데다 8인치 단결정 잉곳만을 생산하는 기업은 우리 이외에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이 이수영 OCI 회장의 차남인 만큼 양사는 ‘특별한 관계’로 맺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른 폴리실리콘 업체와 특별히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OCI 외에도 고품질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는 독일의 바커, 일본의 도쿠야마 등과 사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 구매협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넥솔론은 OCI로부터 약 70%, 다른 업체에서도 30%의 폴리실리콘을 공급받고 있다.
넥솔론은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태양광 산업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웨이퍼 1위 업체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장기 목표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대해 이 사장은 “잘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넥솔론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위에서 재심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장은 “심사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고 있으며, 가을 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태양광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수 기반이 필수입니다. ‘결정형 태양전지와 모듈에서는 이미 중국에 졌으니 박막·유기태양전지와 같은 다음 산업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은 다소 이른 감이 있어요.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 국내 태양광 중견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