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지구력을 관할하는 유전자

 “파울 비더만은 얼마나 우람한지 고래 같고요, 마이클 펠프스는 늘씬한 갈치라고나 할까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400m 자유형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의 말이다.

 자유형 4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비더만과 수영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는 키가 193㎝다. 이번 대회 400m 자유형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쑨양은 198㎝다. 하지만 박태환은 183㎝에 불과하다.

 신장이 크면 팔이 길고 손도 크기 때문에 수영에서 속도를 내기가 훨씬 유리하다. 턴을 할 때도 키가 크면 남들보다 그만큼 앞으로 나오는 거리가 길다.

 키에서 불리했던 박태환은 빠른 스타트, 감각적인 영법과 스트로크, 위기에 강한 레이스 운영, 탁월한 폐활량에서 나오는 막판 스퍼트 등의 장점을 살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은 운동 능력과 관련된 ‘IL-15Rα’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새롭게 확인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 IL-15Rα가 결핍된 실험쥐는 정상쥐보다 무려 6배나 긴 시간 동안 쳇바퀴를 굴렸다.

 펜실베니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IL-15Rα가 결핍된 실험쥐는 비축된 에너지가 줄지 않아 먼 거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인간의 지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거리 사이클 선수나 조정 선수처럼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선수는 단거리를 뛰는 스프린터들보다 IL-15Rα의 돌연변이가 흔했다.

 그럼 이 유전자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하면 누구나 육상 장거리 선수들처럼 엄청난 지구력을 갖게 될까. 연구진에 따르면 그런 응용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IL-15Rα 유전자는 근육 말고도 인체의 많은 조직에 발현되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뛰어난 운동선수와 같은 지구력을 갖출 최고의 방법은 반복적인 훈련뿐이라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엄청난 훈련량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극복한 박태환처럼 말이다.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