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58> 뇌내 망상

 실제 현실을 외면한 채 자기만의 생각과 상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행위. 객관적 근거 없이 자기 신념이나 소망에 따라 상황을 이해하고 인과 관계를 멋대로 상상하는 것을 말한다.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오덕후부터 전 국민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믿는 정치인까지 뇌내 망상의 범위는 넓다.

 ‘근거 없는 주관적 신념, 사실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정정되지 아니한 믿음’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망상’에서 유래했다. 뇌 밖에서 이뤄지는 망상이란 없기 때문에 ‘뇌내 망상’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아무 근거 없이 순전히 상상에만 근거한 망상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뇌내 망상’이란 표현을 쓴다.

 인터넷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혹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입맛대로 근거를 해석해 장황하게 주장을 펼치면 ‘뇌내 망상’이란 비난을 듣게 된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뇌내 망상’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키보드 배틀 승리 요령의 하나이다.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인 오세훈 시장은 ‘애들 밥 먹이는 문제를 국가 정체성 문제로 뇌내 망상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최근 트위터 등엔 후보단일화를 위해 다른 후보에게 2억원을 준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 믿음이 ‘뇌내 망상’인지 아닌지도 조만간 판가름날 전망이다.

 천안함 부품 사진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의 붉은색 부스러기를 찾아 ‘동해에만 서식하는 멍게’라고 주장한 사건은 ‘나의 수령님은 그렇지 않아’라는 ‘뇌내 망상’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남의 시선과는 상관 없이 스스로 매우 멋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남이 보는 나와 뇌내 망상 속의 내가 다르다’는 표현을 쓴다.

 

 * 생활 속 한 마디

 A: 난 당신에게 17년 간 어장 관리 당하며 이용만 당했어요!

 B: 대화 한번 나눴다고 사귀는 거라 생각한 당신의 뇌내 망상이 문제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