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 블랙’을 사용하던 A씨는 최근 전원 버튼이 작동되지 않아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품질보증기간이었기 때문에 무상 수리를 기대했지만 센터 측 직원은 “루팅한 스마트폰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잘 다루는 사람에게 부탁해 필요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지워달라고 했을 뿐인데 무상 수리가 안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루팅’ 스마트폰에 대해서 무상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왜 내 기계에 대한 관리 권한 획득이 잘못된 건가”라는 항의에 제조사 측은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망가뜨리는 건 엄연한 소비자 과실”이라는 입장이다.
루팅(rooting)이란 스마트폰 OS의 시스템 폴더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는 작업을 말한다. 안드로이드 OS의 기반인 리눅스에서 최고 권한을 가진 계정을 ‘루트(root)’라고 부르는 데서 비롯됐다.
루팅을 한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가능 조작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우선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업자가 ‘프리로드’한 애플리케이션 중 필요없는 것을 지우고, 화면 구성이나 폰트·사운드 등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건 기본이다. 방법에 따라 CPU 최고 속도를 이끌어 내고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하드웨어적 조작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초기 시절에는 루팅으로 인한 AS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PC로 따지자면 ‘해커’ 수준의 마니아들 정도만 루팅을 통해 관리 권한을 획득하곤 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심플루트’ ‘제트포루트’ 등 다운로드만 받으면 쉽게 루팅할 수 있는 앱이 나오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를 루팅 하다보면 저장된 데이터를 날리거나, 제조사가 구축한 하드웨어와의 연동성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루팅은 발열, 전원꺼짐 등 하드웨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의로 루팅 단말기는 무상 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루팅 흔적 지우는 방법’도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루팅을 주장하는 이유는 프리로드 앱 삭제·위젯 등 맞춤형 인터페이스·하드웨어 성능 향상 등 ‘내 돈 주고 산 스마트폰 내가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프리로드 앱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경쟁적으로 탑재해 필요가 없는 소비자로선 골칫거리다. 지난 6월에는 KT가 자사향 갤럭시S2 버그 삭제 업그레이드 시 7개의 앱이 자동으로 탑재되도록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상 제조사와 사업자 몫을 합쳐 50개 이상은 깔지 않고, 제조사와 협의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태계 헤게모니 확보 경쟁 때문에 프리로드 앱 탑재 경쟁이 유발됐는데, 소비자들은 루팅을 통해 지우고 싶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