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한 법령 개정을 밀어붙이자 ℓ당 100원 가격을 내리며 출혈까지 감수했던 정유업계는 끓는 속을 부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름값 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세금 인하는 외면한 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과시형 정책만 내세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는 특정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가 다른 회사 석유 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는 4월 정부가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에 담긴 내용으로, 정유사 폴 주유소가 자가 폴(특정 정유사 간판을 내걸지 않은 독립 폴) 주유소처럼 모든 정유사 제품을 구분없이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유사-주유소 수직 유통 구조를 깨서 주유소가 폴에 상관 없이 값싸게 공급하는 정유사 기름을 얻어 판매하도록 해 기름값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경부는 또 석유수입업자의 비축의무를 폐지하고 정유사의 가격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는 일본에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기 위해 환경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는 조만간 정유사와 주유소 중 어느 쪽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회계장부를 분석한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유사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팔 비틀기`에 4월부터 3개월간 기름값 100원 할인을 했고 할인이 끝날 때에도 또다시 단계적 가격 환원까지 하며 큰 손실을 봤는데 정부가 계속 공세를 강화하기만 하는 것은 너무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보다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석유제품 수입을 위해 환경기준을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석유제품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비싼데 무슨 수로 일본산을 수입해 싼 가격에 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품질기준을 높여 놨는데 일본산 석유제품을 수입한다는 명목으로 기준을 완화해 줄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석유제품 혼합 판매에 대해 업계에서는 석유제품 품질 관리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주유소를 여러 곳 운영하는 업주들은 값이 싼 정유사 제품을 다른 폴 주유소 탱크에 채워놓고 판매하는 등 이미 혼유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혼유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면 유사휘발유 등 혼유 판매로 생기는 기름 품질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가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