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이번에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와 새 태블릿 앱들은 빠르면 오는 11월에는 일반에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어도비가 iOS 사용자 지원은 상당히 뒤로 미뤄진 상황이라는 것. 이번에 출시한 제품들은 대부분 안드로이드(허니콤) 태블릿 기반 제품들이다. 아이패드용 앱은 빨라야 2012년 초는 돼야 하는 상황이다. 앱은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 등에 개당 9.99달러에 판매 중이다.
또한 이날 기조연설, 현장 시연, 개발자 체험공간 등에서도 어도비는 아이패드를 단 1대 배치하고, 나머지는 모두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RIM의 플레이북으로 채워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바일 앱 시연에서는 아이패드용 앱은 벡터 드로잉 툴인 `어도비 아이디어` 뿐이었고, 모두 삼성 갤럭시탭 10.1이 사용됐다.
이와 관련 어도비 관계자는 시연에서 "다른 앱들은 내년에 iOS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해 사실상 iOS 지원은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을 위한 세부 세션들도 지난해와 다소 다른 변화가 눈에 띈다. iOS 관련 세션들이 줄어든 반면, 안드로이드나 플레이북 플랫폼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자 과정은 크게 늘어났다.
참관기업 부스에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은 플래티넘 스폰서로 어도비 행사에 참가, 사실상 갤럭시 탭 10.1을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연의 주요 모델로 이끌어 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어도비 앱은 사실상 거의 전부가 갤럭시탭 10.1에서 시연되고 있었다. 삼성은 자체 행사부스에 갤럭시탭 10.1과 8.9 모델을 대거 전시했는데, 이번에 새로 선보인 어도비 앱을 사용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모토로라 줌(Xoom)이나 HTC 플라이어, RIM 플레이북 등도 소개되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제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삼성`이라는 메시지를 개발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주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달리 아이패드는 10여대 있는 테스트용 태블릿 중에 한 대 밖에 없는 굴욕(?)을 당했다. 새 앱들이 아이패드를 사실상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 대신 아이패드를 더 많이 전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패드를 외면하는 어도비의 이같은 행보가 앞으로 어도비 마니아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지는 미지수다. 어도비와 애플은 전통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맥북의 킬러 앱은 어도비 포토샵이었고, 어도비의 디지털퍼블리싱 툴은 iOS 지원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그러나 어도비의 가장 유력한 미디어 플랫폼인 `플래시`가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인 iOS에서 동작하지 않으면서 치열한 감정 싸움이 오갔고, 결국 어도비는 애플이 모바일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사례가 돼 버렸다. 따라서 이번에 어도비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우선 지원하는 신형 앱들을 내 놓음으로서 애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어도비 관계자는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어도비에게는 중요하며, 향후 지원 범위를 꾸준히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서명덕 기자 mdseo@etnews.com , 사진 = http://itviewpoi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