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하이닉스 매각…내일 오전 결판

 SK텔레콤이 10일 오전 하이닉스 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 마감시한은 10일 오후 5시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 이후 입찰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9일 늦은 오후까지 내부 최고경영진 회의와 그룹 차원의 협의를 계속했다. SK텔레콤은 9일 오후 현재 “하이닉스 입찰 참여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인수비용 증가 부담을 느끼던 차에 8일 그룹 차원의 횡령혐의 수사가 이어지자 위기관리 차원에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했다. 인수비용이 높아진데다 그룹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인수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이 내부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본입찰을 불과 하루이틀 앞둔 시점에서 인수 의사를 번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어 최종 결정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이 9일 밤 또는 10일 오전에야 입찰 참여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CEO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 세 가지 시나리오 검토=채권단은 이날 SK텔레콤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가격이나 외부 요인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예정대로 본입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일정대로 본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만약 입찰자가 없으면 그때 채권단에서 논의해 이후 대응방안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입찰을 포기하게 되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새로운 입찰 후보가 등장할 때까지 매각 일정을 연장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앞서 일정을 연기하면서 추가 후보를 기다렸으나 불발로 그쳤기 때문이다.

 다른 안으로는 연내 매각을 포기하고 추후에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매각 절차를 밟는 것이다. 본입찰 불발 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13년이면 반도체 호황기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때 채권단이 하이닉스 매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시기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채권단이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매각 자체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국민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포스코의 전례가 있듯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국민주로 바꾸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는 “SK텔레콤이 불참하면 앞으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더라도 대기업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3조원이 넘는 매각 규모를 감당할 후보가 없어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위서 내고 연기할 수도=SK텔레콤이 본입찰을 코앞에 두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하이닉스 가격 급상승, 검찰 압수수색 등이 주원인이다. 이 같은 내외부 문제로 ‘사실상 입찰 포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와 다른 시각도 있다. 하이닉스 구주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을 낮추려는 SK텔레콤 전술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미엄은 신주 가격 대비 5~20% 내에서 결정한다. SK텔레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입찰 불참’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것이다.

 본입찰 연기 가능성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10일 본입찰 참여를 미룰 수도 있다”며 “채권단에 경위서를 제출하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본입찰이 연기될 수 있으며 현재 채권단 입장에서 단독 후보인 SK텔레콤이 요구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 대상 기업이 내부 사정상 본입찰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면 채권단 논의를 거쳐 미룰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