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KT-하이닉스] SK텔레콤, 하이닉스 입찰참여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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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입찰에 참여했지만 속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SK텔레콤이 10일 오후 늦게 입찰신청서를 제출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조·수출 기반 마련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에 검찰 수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인수 의지가 없는 입찰신청서를 제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채권단에 제출한 가격과 최종 협상이 끝나봐야 하이닉스 매각 향배가 드러날 전망이다. 섣불리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검찰수사와 사업은 무관=SK텔레콤은 “앞서 알려진 대로 통신과 반도체사업 시너지를 위해 하이닉스 입찰 참여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 압수수색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악재와 SK텔레콤 본연의 비즈니스 전략은 무관하다는 뜻이다.

 당초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3개월간 40~50% 이상 오른데다 지난 8일 검찰이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자 입찰 불참 쪽으로 기울었다. 잠잠하던 ‘통신+반도체’ 시너지 효과를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다시 커졌다. 입찰 포기 카드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SK그룹과 SK텔레콤이 밝힌 대로 경영 및 사업과 무관한 변수로 인해 회사의 M&A 전략을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힘을 발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결단이 뒷받침됐다. SK그룹과 SK텔레콤은 압수수색 이후 지난 이틀 간 하이닉스 입찰 참여에 대한 득실을 분석해 최 회장에게 보고했고, 최 회장이 10일 최종적으로 강행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 하이닉스’ 탄생하나=SK텔레콤은 최종 인수가 확정되면 하이닉스를 이른바 ‘SK 하이닉스’로 변모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SK텔레콤이 제조업 경험이 없는 만큼 당분간 기존 하이닉스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기는 방법과 반도체산업에 정통한 전문 경영인을 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EO와 달리 재무·관리·인사 담당 임원은 조직관리와 그룹경영 차원에서 SK텔레콤 또는 SK그룹 출신 인사가 전면 배치될 전망이다.

 반도체사업 측면에서는 앞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공표한 대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강화해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 사장은 8월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닉스가 기술력과 생산력은 검증받았으나 사업 비중이 메모리에 편중돼 있다”며 “통신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사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의 구상대로 하이닉스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나면 유무선통신(SK텔레콤·SK브로드밴드)-모바일플랫폼(SK플래닛)-반도체(하이닉스)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범정보통신기술(ICT) 기업집단이 탄생한다.

 SK그룹 위상도 높아진다. SK그룹은 4월 현재 자산총액 97조원으로 현대자동차그룹(126조7000억원)에 이어 재계 서열 3위다. 여기에 자산규모 16조1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닉스가 더해지면 SK그룹 자산총액은 113조1000억원으로 현대차그룹을 턱 밑까지 추격한다. 한 차례 더 M&A가 이뤄지면 단숨에 재계서열 2위로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인수의지 없다는 분석도=하지만 그간의 입찰 참여과정을 종합해볼 때 SK텔레콤의 입찰신청서 제출이 형식적인 것이라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검찰수사가 SK 계열사 전체로 확대되는 그룹 차원의 위기상황에서 3조 규모 M&A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SK그룹과 SK텔레콤은 한때 입찰 포기방침을 굳히기도 했다. 본입찰 마감시한인 10일 오후까지 대외 입장 표명을 꺼린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외 인지도와 검찰수사 영향을 감안해 예정대로 입찰엔 참여하되 인수가격을 채권단이 희망하는 수준과 멀게 제출해 입찰 무산을 유도한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가 앞서 꾸준히 올랐던 만큼 인수 비용이 당초보다 높아진 점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불가론을 뒷받침한다. 인수가에 운영 및 설비투자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하이닉스 주가상승, 그룹 압수수색 등 일련의 악재를 이유로 내부적으로는 하이닉스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