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꿈도 녹화할 수 있다?

 꿈은 100% 개인적인 영역이다.

 개인의 바람이나 분노, 슬픔이 무의식 속에서 꿈을 통해 표출된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결혼도, 평소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복수도 꿈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윌리엄 디멘트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질환클리닉 소장은 “꿈 덕분에 인간은 매일 밤 조용하고 안전하게 미치광이 삶을 살아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동안 뇌 과학자에게 꿈은 넘을 수 없는 도전의 대상이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이용하면 잠을 자는 동안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알아낼 수 있지만 그 내용까지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과학자들이 꿈을 녹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 뮌헨 정신과학연구소와 라이프치히 인지뇌과학연구소는 베를린의 샤리테(Charit〃e) 병원과 새로운 꿈 측정방식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자각몽(lucid dream)’ 능력이 있는 피실험자들에 특정한 행동을 연습시켰다. 자각몽은 꿈을 꾸는 동안에 자신이 꿈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현상으로, 선천적 혹은 훈련으로 계발되기도 한다.

 피실험자들은 10초 동안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한 후 다음 10초 동안 왼손을 쥐었다 폈다 한다. 손을 움직이면 활성화되는 뇌 부위 중 감각운동피질(sensorimotor cortex)을 꿈 꿀 때의 상태와 비교하기 위해 미리 촬영해 둔다. 이후 피실험자는 자기공명 단층촬영장치(MR scanner) 안에 누워 잠이 든다. 자각몽이 시작되면 피실험자는 오른손과 왼손 주먹을 번갈아 쥐었다 폈다 한다.

 측정 결과, 꿈속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도 실제와 마찬가지로 감각운동피질이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뇌 촬영을 통해 꿈 속 상황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하엘 치쉬 연구원은 “꿈은 영화처럼 수동적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꿈의 내용과 관련된 뇌 부위가 능동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