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패러디

 그야말로 패러디 홍수다.

 패러디는 이미 한번 보여지거나 읽혀졌던 캐릭터나 문체·전개 구도를 현상황에 빗대 흉내내는 기법을 말한다. 요즘은 같은 말을 비슷한 운율로 재구성하는 것이 유행이다.

 한동안 영화나 연극 등 고상한 무대를 위한 독특한 연출 기법이나 메시지 전달 장치로 사용되던 것이 이젠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인터넷이란 무대가 생겼고, 사람 수 만큼의 창작자가 존재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누구나 자신의 느낌대로, 어떤 대상도 가리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세상에 내놓는다. 대부분이 폭소를, 어쩌단 실소를, 때로는 연민을 자아낸다.

 뭐니뭐니 해도 패러디가 주는 최대의 감동은 쉽사리 표현 못했던, 몇 마디 말로는 압축이 안 되던 것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배설의 느낌이다.

 어떤 시대나 패러디는 나오지만, 자유로운 환경보다는 막히고 눌릴 때 많이 나온다.

 개인 힘으로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권위의 벽, 헉헉거리며 뛰어도 변한 게 없는 현실의 벽이 높을수록 패러디는 빛을 발한다. 물론 패러디를 값 떨어지는 저자거리 낙서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왜 국가 원수를 모독하는가, 나라망신을 시키느냐 라며 비난을 쏟아붓기도 한다. 생각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몹쓸 유행병으로 여길 정도다.

 이런 부류를 향해 사람들은 내뱉는다. 포스터 한 장짜리 패러디 만큼이라도 감동을 줘 봤냐고. 트윗 한 줄만큼의 쾌감을 선사해 봤냐고.

 정부는 우리 사회가 ‘열려’ 있다고 줄곧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닫혀’있는 것이 패러디 양산을 부추기는 구조다. ‘2040과의 소통’을 얘기하면서 아직도 보고서와 관련 결재서류부터 챙기는 정부다.

 서류 뭉치 집어던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으로 들어가보라. 정부를 헐뜯는 말이 왜 유행하는지, 어째서 나왔는지 살펴보라. 겁나서 병원 못가면 반드시 병은 커진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