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충돌만 남았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이 표결 처리 밀어붙이기에 나섰고, 민주당 등 야권은 결사 저지로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24일과 예산안과 묶어 일괄처리가 가능한 다음 달 2일을 유력한 ‘충돌 D데이’로 꼽는다. 24일 이전 기습처리 가능성도 나온다.

 ◇FTA가 살길이다=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이 대통령은 출국 직전 소집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 한미 FTA가 살길이다. 한미 FTA가 빨리 되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일본과 대만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를 서둘러 하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선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외교 일정상 국내를 비워야 하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 위한 반대와는 협상 없다”=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표결 처리의 민주적 절차성·불가피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독일지라도 비준 강행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민주당 요구를 100% 받아들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여당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절충이 안 되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민주 절차” “대통령의 제안을 묵살하고 미국 장관의 문서 확인을 받아오라는 것은 무례함의 극치”라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표결 강행 시 결사 저지”=표 대결로는 어차피 열세인 야권은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선택했다. 대통령 제안도 거부한 만큼 더 받을 대화 카드도 없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몸싸움 방식으로 (한미 FTA를) 해결하려 한다면 정당정치의 불신을 증가시키는 부메랑이 돼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결이 불러올 물리적 충돌을 경고하면서도 표결까지의 과정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압박전술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선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폐기’를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끝내고 싶어도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