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결산] <해외 IT · 전자산업> 스마트폰이 가져온 스마트월드

 2011년 한 해 글로벌 IT·전자산업계를 관통한 한마디는 바로 ‘스마트 혁명’이다. 인터넷이 나온 후 이처럼 역동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 주역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역대 맹주였던 TV와 PC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업계도 후폭풍을 맞았다. 해킹과 정치가 결합된 핵티비즘은 네티즌과 기업, 각국 정부까지 공포로 만들었다.

 

 스마트폰은 인류에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인터넷이 등장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 월드를 만들고 있다.

 ◇IT 플랫폼 중심축 이동=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4억50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3억6000만대인 PC보다 훨씬 많다. 인터넷을 쓰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가트너는 향후 2년 안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PC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 업무 처리는 물론, 금융 거래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까지 손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역기능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노리는 악성코드가 속속 발견됐다. 아직은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이지만 PC 악성코드처럼 데이터 삭제는 물론이고 개인정보 유출까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스민 혁명의 일등공신=스마트폰은 국가 권력을 바꿨다. 중동 지역 민주화 운동을 뜻하는 ‘재스민 혁명’ 얘기다. 중동 지역 국민들은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했지만 독재자들은 힘으로 억압했다.

 변화는 SNS에서 피어올랐다. 독재 정권의 무력 진압은 SNS를 타고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에게 퍼졌다. 과거에도 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 역사의 현장이 외부에 알려졌지만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SNS는 인류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르고 현장감이 넘치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시위의 정당성과 무력 진압의 참상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했고, 여론을 의식한 서방 정부는 중동의 독재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을 시작으로 중동의 독재자들은 하나둘 차례로 백기를 들었다. 스마트폰이 중동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공룡들의 특허 전쟁=스마트폰 시장은 IT업계 공룡들의 각축장이다. 주춤거리는 TV와 PC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은 외형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엘도라도다. 스마트폰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애플의 독주와 삼성전자의 선전은 스마트폰 덕분이다. 노키아의 몰락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답보 역시 스마트폰의 영향이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IT업계는 특허 소송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에 ‘묻지 마 소송’을 제기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스마트폰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승소와 패소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특허 소송의 특성 상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특허 보유 기업의 인수나 물밑 타협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